“그날 옥상에 있는 이는 세간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것을 꺼내러 내려가지 말고,
마찬가지로 들에 있는 이도 뒤로 돌아서지 마라.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오늘 주님께서는 “그날”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
“그날”이란 어떤 날일까요?
오늘 복음말씀에 의하면 우선 “그날”이란 “사람의 아들의 날”입니다.
“사람의 아들의 날에도 노아 때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그와 똑같을 것이다.”
“그날”은 나의 날이 아니고 주님의 날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날은 말 그대로 주일主日이지만,
나의 휴일로 변질되어버린 일주일 중의 하루인 주일이 아닙니다.
저는 이래저래 개신교 신자들을 많이 알고 있고 가까이 지내는데
지금 대전에 있는 새터민들도 그들 중의 한 부류입니다.
저희가 장학금을 주고 있는 장학생 중의 반 정도가 개신교 신자들인데
월례 모임을 주일에 하려고 하면 교회에 가야 하기에 안 된다는 겁니다.
주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신앙을 전혀 몰랐던 사람들인데도
교회를 다니면서 이렇게 확고한 <주일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천주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주일은
사실 주님의 날이 아니고 나의 날입니다.
그러므로 “그날”은 나의 날은 끝나고 주님의 날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내가 주장질하던 것 다 멈추고
주님께서 내 안에서 주장질하시게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그날”은 그날이 지나면 다시 나의 날이 되어버리는
그런 주일이 아니고 영원히 나의 날이 끝나게 되는 날이며
“그날” 이후 다시는 그 전으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내가 사용하던 세간을 꺼내러 내 집에 들어가서도 아니 되고,
롯의 아내처럼 돌아온 곳을 돌아봐서도 아니 됩니다.
그런 날은 이미 끝났고 전에 있던 것들은 다 파괴되었기에
돌아보면 사실 폐허만을 볼 뿐입니다.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어버립니다.
마치 화석化石이 된 것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화석이 무엇입니까?
화석은 과거의 생명이지요.
지금은 생명 없는 돌입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당신이 오심으로 하느님 나라, 새로운 생명의 나라가 시작이 되었는데
이 새로운 생명의 나라를 향하여 힘껏 달리지 않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이미 파괴된 과거의 생명에 미련을 두는 것이고
이미 시작된 새로운 생명을 찾지 않음이니,
뒤 돌아보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노랗고 빠알간 단풍 ,시원한 바람,먹을 것 입을것 도많고
주님 진실로 감사드리며 신부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