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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일찌감치 올해 성탄 대축일 강론 주제를

<주님 성탄과 구유>로 정했습니다.

 

그것은 2년 전 교황 프란치스코가 반포한 '성탄 구유의 의미와 가치에 관한

교황 교서, 놀라운 표징(Admirabile Signum)'을 올해 뒤늦게 알게 되었고

그래서 늦었을지라도 이 주제로 강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희 수도회 총장 신부님도 성탄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 주제에 부합하는 권고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두 분의 서한을 중심으로 강론을 하고자 합니다.

교황 교서, 놀라운 표징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성탄 구유는 그 기원인 프란치스코 성인 때부터 특별한 방식으로,

성자께서 강생하심으로써 몸소 택하신 가난을 느끼고 만져 보도록

우리를 초대해 왔습니다. 이는 베들레헴의 구유에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그분께서 나아가신 겸손과 가난과 내어줌의 길을 따르라는 호소를

함축합니다. 가장 곤궁한 형제자매들에게 자비를 베풂으로써

예수님을 만나고 섬기라고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구유를 Signum 곧 표지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성사를 논할 때 얘기하는 바로 그 Signum이지요.

성사론에서 Signum 곧 표지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구유가 표지라고 함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뜻인데 교황 프란치스코도 "프란치스코 때부터 특별한 방식으로

성자께서 강생하심으로써 몸소 택하신 가난을 느끼고 만져 보도록

초대하는 것"이 구유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강생하신 그리스도 자신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볼 수 있도록 오신 표지시라고 콜로새서는 얘기합니다.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십니다."(1,15)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데

그리스도께서 우리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신 것이 육화이고,

그 육화의 겸손과 가난과 사랑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구유입니다.

 

프란치스코는 그리스도의 겸손과 가난과 사랑을 눈으로 꼭 보고 싶었고,

그래서 요한이라는 귀족에게 예루살렘의 구유를 재현하라고 부탁합니다.

 

"그레치오에서 우리 주님의 축제를 지내고 싶으면 빨리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준비하시오. 우선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짚북데기 위에 누워 있었는지 내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으로 구유 경배가 시작되었는데

눈으로 보고 싶은 간절함이 하느님 은총으로 이루어졌지요.

이처럼 구유는 눈으로 그리고 감각으로 주님을 만나려는 간절함의 성삽니다.

 

이것이 사부 프란치스코의 성사적인 신앙이기에 그 후예인 저희 수도회

총장님께서도 이번 성탄 메시지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보는 것과 믿는 것은 성 프란치스코에게 있어서 핵심적인 두 동사입니다.

보는 것은 우리에게 성 프란치스코의 신앙의 육체성을 상기시켜 줍니다.

성인에게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자 했습니다.

, 가장 깊은 데서 그를 움직이게 했던 갈망이 그의 감각들과 그의 전부를

움직이게 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주님을 보고 만지고 싶은 

뜨거운 갈망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지 묻습니다."

 

본래 신앙과 신앙으로 보는 것은 육체성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육체를 가지고 사는 우리가 육체성을 무시해서는 안 되고

성 프란치스코는 신앙의 육체성을 인정하며 그 바탕에서

하느님을 영적인 눈으로 보고 만지고자 했던 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까?

교황 프란치스코는 왜 구유에 관한 교서를 내셨을까요?

 

그것은 요즘 우리가 구유에서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특히 아기 예수를 만나지 못하고,

아기 예수에게서 하느님의 가난과 겸손과 사랑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탄절 구유는 성탄절 트리와 비슷하게

하나의 성탄절 풍습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저는 스스로에게 주님을 보고 만지고 싶은 뜨거운 갈망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지 묻습니다."라고 한 저희 총장님처럼 질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게 성탄의 구유는 풍습인지 아니면 성사인지,

그저 풍습인지 아기 예수를 보여주는 성사인지에 질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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