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는 큰 박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사도들 말고는 모두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
오늘 사도행전을 보면 스테파노의 순교가 교회에 크나큰 전기가 됨을 보여줍니다.
큰 박해가 시작되고 사도들 말고는 신자들이 흩어집니다.
그러니까 사도들은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교회를 지키지만,
그밖의 신자들은 예루살렘 아닌 곳으로 흩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사도행전도 교회가 아니라 예루살렘 교회가 박해받기 시작했다고,
신자들이 예루살렘을 떠나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교회란 하느님 백성의 모임인데 하느님 백성이 흩어졌으니
그때 당장은 그리고 겉으로 보면 교회가 풍전등화입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곧 바람 앞의 등불이니 예루살렘 교회가
하느님 교회요 우리 교회의 전부라면 정말 암울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이 세상에서 오신 것은 흩어진 양들을 모으기 위해 오셨고,
당신 교회를 세우기 위해 베드로를 반석으로 삼으시기까지 하셨는데
주님의 그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지경이 된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바람 앞의 등불이었고,
그 바람은 바오로를 비롯하여 유대교 골수분자들이 일으킨 광풍입니다.
이 광풍 앞에서 신앙이 미약한 사람은 믿음의 불이 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광풍이 불어도 꺼지지 않고,
박해자의 광풍이 성령의 바람이 되어 오히려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고
그래서 교회가 예루살렘으로부터 여러 지방으로 퍼져나가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박해자의 광풍을 성령의 바람으로 얼마든지 바꾸실 수 있으십니다.
그래서 신자들의 마음에 신앙만 잃지 않고 간직하고 있으면 바람을 타고 갑니다.
그러면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려 가 떨어지는 그곳에 씨를 뿌리듯
흩어져간 곳이 복음의 꽃을 피울 곳이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많은 교우촌이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인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앙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신앙을 간직하고 있으면 어디 가든 신앙을 퍼트리고,
영성을 간직하고 있으면 어디 가든 영성을 퍼트릴 것입니다.
그러니 신앙만 있으면 위기가 아니고 기회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앞서 스테파노의 순교와 박해가 교회에 큰 전기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처럼 교회의 위기가 전기가 되어 기회가 되었던 것처럼
오늘의 우리도 위기가 전기가 되고 기회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