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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3.02.13 05:47

재의 수요일- 타고 남은 재

조회 수 5704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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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

 

 

부끄럽게도 저는 사순절을 기쁘고 즐겁게 맞이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 옛날, 80년대 제가 가방 공장에 다닐 때

햇빛 안 드는 지하실에서 하루 15시간 노동을 하였는데

모처럼 쉬고 월요일 출근을 하려고 하면 그렇게 몸도 마음도 무거웠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 되면 마치 그때와 같이

재의 수요일의 그 잿빛처럼 항상 마음이 무겁고 칙칙하고,

그래서 사순절의 시작을 재를 얹는 예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그 깊은 의미와 상관없이 정서적으로는 흔쾌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일어나니 어제부터 그렇게 마음의 다짐을 했는데도

마음이 너무 무겁고 침울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사순절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월요일 출근이 좋을 리 없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적응되는 것처럼

사순절의 첫날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재의 수요일의 그 재부터 다르게 의미부여를 하였습니다.

 

 

타고 남은 재.

 

 

재는 타고 남은 것입니다.

무언가를 불태우고 남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무엇을 불태운 것일까요?

 

 

욕망을 불태우거나

사랑을 불태우거나.

 

 

욕망을 불태우고 남은 재는 허무이겠지요.

그렇지만 욕망을 불태운 재라도 나쁘게만 생각지 말 것입니다.

허무가 꼭 나쁜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허무할 필요가 있습니다.

허무하기만 하면 아니 되겠지만

허무를 모르는 사람은 인생을 모르는 사람이고 천국도 모를 겁니다.

 

 

그렇습니다.

허무는 나쁜 것만이 아닙니다.

욕망의 찌꺼기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욕망이 다 타고 남은 그래서 욕망의 가난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더 좋은 것은 사랑을 불태우고 열정을 불태운 것이겠지요.

사랑을 하고 나니 재만 남은 것입니다.

곤충과 미물들이 자기를 다 주고 껍데기만 남기듯

자기를 다 주고 나니 재만 남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구체적으로 저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작년 성주간에 돌아가시리라 어머니도 저희 자식들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부활절에 주님의 부활처럼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사순절을 맞이하는데 어머니는 지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때 죽었으면 자식들 고생 안 시킬 텐데

왜 주님께서는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해

자식들 고생을 시키게 하시는지 모르겠다.”

 

 

정말 그렇습니다.

그때 돌아가셨으면 어머니는 존엄하고 명예로운 죽음을 죽으셨을 겁니다.

일생 자식을 사랑만 할 뿐 자식들 고생은 별로 안 시키고

자식들이 어머니 보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이제 꺼져가는 불, 얼마 있으면 재로 돌아가실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리스도의 남은 수난을 함께 하시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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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아가다 2013.02.13 13:40:48
    주어지는 모든 어려움을
    우리 주님의 수난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하느님에게서 나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과정으로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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