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헬렛서의 말씀은 때는 다 정해져 있다는 말씀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의 주인이 우리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리고 정해진 때를 거슬러 우리가 뭣을 하는 것은 다 헛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에게 그 애쓴 보람이 무엇이겠는가?
가장 대표적으로 정해진 것이, 바로 우리가 태어날 때와 죽을 때입니다.
태어날 때를 내가 정하지 않았고 죽을 때를 내가 정할 수 없습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태어나고 죽을 때만이 아니라 많은 것들의 때가 다 정해져 있습니다.
씨를 뿌릴 때가 있고 거둘 때가 다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8월 중하순에 배추와 무의 씨를 뿌려야 합니다.
그것을 지금 뿌리거나 10월에 뿌리면 아무 열매를 거두지 못합니다.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그러면 누가 이때를 정한 것입니까?
당연히 하느님께서 정하셨다는 것이 코헬렛서의 가르침이고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 가운데는 이런 믿음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만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어리석기에 그럴 수도 있는데
교만한 사람은 인간이, 때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연의 순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어제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마치 오늘 이 얘기를 하려고 만난 것 같았습니다.
하시는 말씀이 아주 열심히 천주교를 믿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냉담 중이신 줄 알았는데 말씀을 계속 들어보니
뉴에이지 류의 자연 근본주의 이단에 빠져 계신 것 같았습니다.
긴 얘기를 짧게 하면, 인간의 생로병사가 다 자연에 따른 것인데
과학적으로 확증할 수 없는 것을
하느님께서 하신 거라고 인간이 믿는 것일 뿐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렇지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증명된 것은,
아는 것이고 알면 되는 것이지 굳이 믿을 필요까지 없겠지요.
그런데 얘기를 다 듣고 보니 당신이 열심히 믿었다는 것이
실은 열심히 믿고 청했다는 뜻이었고 그런데 하느님께서 안 들어주셨으니
하느님은 안 계시거나 안 들어주시는 분이니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거였습니다.
한 마디로 내 뜻대로 안 들어주시는 그런 하느님은 안 믿겠다는 얘기였습니다.
아무튼, 때의 주인, 시간의 주인이 하느님이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하느님께서 때를 정하시는 데 우리의 인간의 뜻은 없습니까?
나의 때, 우리의 때를 정하실 때 독재자나 폭군처럼 당신 마음대로이십니까?
그런데 하느님의 때는 우리의 뜻과 우리가 생각하는 때까지
다 포함하는 때라고 믿는 것이 또한 우리의 믿음이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애쓴 것이 아무 보람 없게도 하시고,
우리가 고생하도록 오랫동안 내버려 두시기도 하시지만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신 그때는, 사랑의 때라는 믿음입니다.
나는 인간의 아들들이 고생하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을 보았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 의식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끼 닭이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고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는데
병아리가 알을 깨고나오는 데 있어서 이 줄과 탁이
동시에 이뤄져야지 따로 이뤄지면 안 된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제자의 때를 잘 알고 스승이 제때에 당겨줘야지
제자의 때가 아직 되지 않았는데도 빨리 깨닫게 하려고 미리 억지로 잡아당기면
제자가 깨닫지 못하거나 심지어 잘못될 수도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와 하느님 사이에 그 아름다운 줄탁동시를 우리는 믿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