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한 주간은 묵시록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오늘은 에페소 교회에 전하는 말씀인데 칭찬과 나무람과 권고가 있습니다.
칭찬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네가 한 일과 너의 노고와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사도라고 자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너는 그들이 거짓말쟁이임을 밝혀냈다.
너는 인내심이 있어서 내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칭찬의 내용은 악한 자들과 거짓 사도들을 잘 밝혀내어
용납하지 않고 싸운 점과 주님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음에도
인내심이 있어서 지치지 않은 점입니다.
나무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수고 참 많이 했고 인내심도 대단하지만,
처음의 사랑을 저버린 것은 치명적인 잘못이라는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모든 수고와 잘한 것을 다 덮어버리는 잘못입니다.
아무리 수고하고, 아무리 악과 싸우는 데 지치지 않았어도
처음의 사랑을 저버린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잘못이라는 나무람입니다.
이것은 즉시 저의 잘못을 떠오르게 합니다.
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다시 말씀드리면
제가 환갑이 되던 해는 서품 30주년이기도 하고,
서원 35주년이고, 입회 45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았나 돌아보게 되었는데
오늘 에페소 교회처럼 수고 많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잘 산 것은 아니라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잘 산 것이 아닌 삶은
열심히 저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노 저은 것과 같은 거지요.
그랬습니다.
저는 엄청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수고도 참 많았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그것을 견뎌냈습니다.
그럼에도 잘 살았다고 할 수 없었던 것은,
하느님 사랑으로 그 많은 것을 하지 않고 인간적인 열성과 힘으로 했으며,
사랑이 없지 않았지만, 그 사랑이 매우 인간적인 사랑이었기 때문에 잘못되었고,
게다가 저는 매우 교만하고 독선적이었기 때문에 사랑하면서 많이 상처 줬습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묵시록의 마지막 권고 말씀은 딱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어디에서 잘못되기 시작했는지 그것을 찾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했고,
그래서 저는 프란치스코의 초기 삶을 따라 살겠다는 마음으로
가리봉으로 가 막노동을 하며 우선 제게 묻은 찌든 때를 씻어내려 했습니다.
현재 저는 찌든 때를 씻어냈는지,
다시 또 다른 때가 묻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또 성찰하고, 다시 또 시작해야겠지요?!
아무튼, 저나 여러분이나 에페소 교회에 주님께서 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하시는 주님의 칭찬과 나무람과 권고를
귀담아듣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