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열왕기에서 엘리사의 치유를 받은 나아만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틀린 말이지요.
하느님께서 어찌 이스라엘에만 계십니까?
아니 계신 곳이 없이 어디든지 계시는 하느님이신데.
그러므로 이 말은 하느님이 이스라엘에만 계시다는 뜻이 아니라
이스라엘에만 엘리사와 같은 참 신앙인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야할 겁니다.
사실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도 참 신앙인은 드뭅니다.
그들 가운데는 하느님은 이스라엘에만 계시고
이스라엘 사람만 사랑하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존재를 독점하고 사랑을 독점하고픈 욕심과
잘못된 생각이 편견을 낳고 믿음을 그르칩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잘못된 신앙을 깨트리십니다.
엘리야와 엘리사 예언자는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이방인들에게 파견되고 그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했다고.
태양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자기만 소유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땅은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하늘도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 하더라도
하늘의 태양이나 태양빛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하느님은 자기 것으로 소유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자기만 소유하려 드는 걸까요?
태양과 태양빛은 소유할 수 없게 존재하고
그래서 우리는 소유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비해
하느님은 소유할 수 있게 존재하시고
그래서 소유할 수 있다고 우리가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태양빛은 우리에게 와 닿지만 태양은 멀리 있지요.
그리고 우리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달라지지도 응답을 달리하지도 않으니
태양빛은 따듯해도 태양은 어쩌면 무정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어떠하고 하느님 사랑은 어떠합니까?
하느님은 어디든지 계시지만 우리와 가까이 계시고
우리의 필요와 요청에 인격적으로 응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내가 투정을 부리고 내가 욕심을 부리면
하느님은 거기에 어떻게든 응답하실 것이고
비록 착각에 불과하겠지만 사랑을 물고 늘어지면
하느님을 독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법도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주님은 "No, Thank you"하십니다.
독점하고픈 것도 사랑이니 그 사랑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그런 사랑에 응답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들이 아닌 이방인도 사랑하겠다고,
우리들과 적대적인 사람들도 사랑하겠다고 하십니다.
이런 주님에 대해서 우리는 오늘 복음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삐지지도 분노하지도 맙시다.
나의 반대자는 사랑하고 나는 사랑 아니 하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도록 하십시다.
인격적이되 공평하신 주님을 오늘 우리 사랑하고 감사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