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율법 학자가 주님께 첫째가는 계명에 대해 여쭙니다.
이에 주님께서는“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라고 답합니다.
그래서 내게는 무엇이 첫째가는지 돌아봤는데
어제 미사 드리면서 들었던 느낌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제 그제 저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미사의 신비에 깊이 잠길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은총을 받았는데 어제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바라기보다 내 이름이 빛나기를 바라고,
아버지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시는 것보다 내가 받길 원한다는 반성을 했습니다.
이것은 요즘 제가 온라인 영성 학교에서 프란치스코의 권고를 강의하는데
그 강의를 준비하면서 권고 내용이 저에게 영향을 미친 덕분입니다.
어쨌거나 어제 아버지보다 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길 원한다는 성찰에 이어
오늘은 하느님 사랑보다 사람의 사랑을 제가 받길 원한다는 성찰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보다 제가 사람의 사랑을 더 원하지는 않지요.
그런데도 제가 그런 성찰을 한 것을 보면 이유가 있을 텐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사람을 하느님보다 더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을 사랑한다면서 사람의 사랑도 제가 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라는 말씀을 우리는 다각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 외에 다른 신이 없다는 뜻이 그 첫째 의미이고,
삼위시지만 한 분이시라는 것이 두 번째 의미지만
한 분이시기에 하느님만 사랑하라는 것도 우리가 새겨야 할 의미입니다.
물론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하느님만 사랑하라는 것은
하느님 사랑으로만 만족하라는 뜻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지요.
베푸는 사랑은 하느님보다 이웃에게 더 하고,
받는 사랑은 인간보다 하느님에게 더 하라는 뜻이며
거듭 얘기하지만, 하느님 사랑 외에 다른 사랑으로 만족치 말라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마음을 다하여’의 뜻도 이런 것일 겁니다.
마음의 한 부분을 다른 사랑을 위해 남겨두지 말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기도할 때 분심分心이 든다고 하지요.
하느님께 향하는 마음과 다른 것으로 향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나뉘는 것인데
하느님 사랑도 이렇게 분심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온 마음으로 사랑해야겠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사랑이 하느님 사랑보다 더 만족을 주기에
인간의 사랑을 더 사랑하는 우리가 되지 말아야 함은 물론
하느님을 더 사랑하는 정도로도 안 되고 하느님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분심의 사랑은 애초에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는 오늘입니다.
그래서 하느님 사랑이 참 어렵고
그래서 우리는 천국 직행이 아니라
사랑의 정화를 위해 연옥을 거쳐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