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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사람을 위해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오늘 라우렌시오 축일을 맞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제가 두 살 때 돌아가셔서 제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것은 저의 아버지가 통이 크셨다는 것입니다.
외할머니나 저의 어머니가 자주 해주신 얘기는
제 아버지가 열심히 돈 벌어 보통 때는 허투루 쓰지 않고 아껴 썼지만
쓸 때는 통 크게 썼다는 그런 얘깁니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런 피를 유전자로 받아서인지
저도 아끼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종이를 아끼지 않고 함부로 쓰는 것을 보면
그까짓 종이 한 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까워죽겠습니다.
샤워를 할 때 물을 너무 세게 틀고 샤워를 하거나
물을 틀어놓고 이빨을 닦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보고 구두쇠라고 한다면 싫어합니다.
저는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꼭 쓸 곳에 잘 쓰기 위해서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을 위해 쓰기 위해 쓰는 것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얘깁니다.

오늘 우리는 라우렌시오 축일을 지내며 코린토 2서의 말씀을 듣는데,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고 합니다.
라우렌시오는 로마 교회의 수석 부제로서 보물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복음 말씀대로 살았고, 이 말씀대로 살았습니다.
라우렌시오는 교회의 보물을 아낌없이 가난한 이에게 나눠주곤 했는데,
일설에는 그 보물을 황제가 빼앗으려 가져오라고 하자
그는 보물 대신 가난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약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는 진짜 가난한 사람들을 최고의 보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라우렌시오는 가난한 사람들을 진짜 보물로 생각했기에
교회의 보물을 아낌없이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었고,
그렇게 함으로써 최고의 보물,
밭에 묻힌 보물인 하느님 나라를 산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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