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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23.04.23 05:35

부활 제3주일-동행

조회 수 669 추천 수 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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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엠마우스 얘기를 묵상하자니

주님께서 드셨던 백 마리 양 비유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바로 비유의 잃은 양이라고 연결이 되었던 것이지요.

 

엠마오 두 제자는 왜 엠마오로 갔겠습니까?

주님의 제자단 곧 주님의 공동체서 이탈하여 간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제자를 제멋대로 이탈한 놈들 갈 테면 가라고 하지 않으시고

그들을 찾아가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님의 진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들이 왜 주님의 공동체에서 이탈했겠습니까?

주님의 공동체에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안 계시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어제 저는 제자들이 주님과 함께 떠나지 않은 것이 문제이고,

제자들의 배에 주님께서 안 계시기에 풍파를 만난 것이라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주님의 공동체에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안 계신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의 공동체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와 같이 살던 자매가 공동체를 떠난다면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여럿이 떠난다면 그것은

우리 주님 공동체에도 주님께서 돌아가시고 안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우리는 강하게 반문합니다.

언제나 어디나 계시는 우리 주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그것도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우리 공동체에 안 계신다니 말이 됩니까?

 

그렇습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분명 부활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공동체에는 죽어 계신 것입니다.

 

매일 미사를 드려도 그분을 우리 공동체에 모셔 들이지 않기에,

매일 기도를 드려도 그분 말씀을 우리가 공동으로 듣지 않기에 죽어 계십니다.

 

그리고 매일 예물을 바쳐도 형제와 화해하지 않고 예물을 바치기에,

매일 성체를 모실 때 주님은 모셔도 형제는 받아들이지 않기에,

매일 주님의 몸인 빵을 먹어도 그 빵을 형제와 나누어 먹지 않기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주님과 함께 형제를 내친 것입니다.

 

물론 공동체의 잘못도 있지만 개인의 잘못도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 엄연히 살아계시는데도 주님을 보지 못한 잘못입니다.

욕심과 절망에 눈이 멀어 우리 형제 안에 살아계신 주님을 보지 못합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공동체에서 이탈한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다가가시어

동행하시며 그들의 말을 경청도 하시고, 공감도 해주시며 가르쳐주십니다.

그랬더니 떠난 형제들의 마음이 비로소 움직입니다. 감동한 것입니다.

 

우리가 공동체를 떠나려는 형제자매에게 할 일도 바로 이것입니다.

다가감-동행-경청-공감, 이것을 먼저 해준 뒤에

그들에게 성경 말씀을 풀이해 주며 설득해야 합니다.

 

다가감-동행-경청-공감-설득, 이것이 다 중요하지만

그런데 다가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가가야 그다음 것들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가가려는 마음 곧 사랑과 경우에 따라 용기도 있어야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떠나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하거나 보고 안타까운 마음은커녕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떠나려는 그가 잘못되었다고 비난하거나 떠날 테면 떠나라는

그런 마음이면 결코, 다가가지 않겠지요.

 

또 사랑의 마음이 있어도 다가감을 그가 거부할까 봐 못 다가갈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이 사랑에는 용기도 있어야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으로 다가갔으니 그다음은 무식하게 바로 설득하여

성급히 돌려세우려 들지 말고 천천히 그의 길을 같이 걸어주며

그의 말을 듣는 것부터 하고 동감해주는 것에 진심이어야 하고 설득은 나중입니다.

 

하이라이트는 그러나 빵을 같이 나눔입니다.

주님께서도 제자들과 빵을 같이 나누셨습니다.

 

멋진 식당이나 술집에 데려가서 음식이나 술을 같이 마실 수도 있고,

손수 음식을 장만하여 같이 먹고 마시면 더 감동적이어서

그의 마음을 다시 뜨겁게 타오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우리의 말씀의 전례와 빵을 나누는 성찬례가 이런 것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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