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어제는 예수 성심, 오늘은 성모 성심 축일 지냅니다.
아들 가는 데 어머니 가시니 우리의 전례도
아드님의 마음에 이어 어머니의 마음도 같이 기리는 거지요.
그리고 그 마음들을 기리며 우리는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니 어제와 오늘은 우리가 마음을 먹는 날입니다.
예수님과 똑같은 마음을 먹기로 마음을 먹고,
성모님과 똑같은 마음을 먹기로 마음을 먹는 날입니다.
여기서 저는 왜 마음을 먹는다고 할까 생각해봤습니다.
음식을 먹듯이 마음도 먹는 것인가요?
왜 마음을 먹는다는 표현을 썼을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먹는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겁을 먹고,
나이를 먹고,
뇌물을 먹고.
내뱉지 않고 속으로 집어넣거나 삼킨다는 뜻입니다.
밖으로 내치지 않고 안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오늘 성모님께서는 아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 말과 있었던 일들을 마음속에 간직하십니다.
말도 안 소리라고 바로 내치지 않으시고,
일단 마음속에 간직하십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귓전으로 흘리고,
이쪽 귀로 듣고는 저쪽 귀로 내보냅니까?
그런데 성모님은 아들의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성모님의 마음속이 잉태의 장소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마음속에 간직하심으로써 아드님을 잉태하셨잖습니까?
이것이 바로 성령으로 잉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성령의 정배가 되는 길입니다.
다른 잡것들은 마음먹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만 간직하기로 마음먹을 때
바로 그때 우리는 성령으로 잉태하고, 성령의 정배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봉쇄 수녀들을 ‘Sponsa Christi’, 그리스도의 정배라고 보통 부르는데
프란치스코는 특이하게도 클라라 수녀들에게 성령의 정배가 되라고 했습니다.
성령의 정배가 되어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라는 말이지요.
우리는 동정녀였다가 그리스도의 정배가 되는 것도 좋지만
성령의 정배로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는 것도 좋습니다.
성령으로 말씀을 잉태하고, 간직하고, 출산하는 어머니들이.
그래서 오늘 본기도는 마음에 새길만 합니다.
“하느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마음속에 성령의 거처를 마련하셨으니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성전이 되게 하소서.”
아무튼, 겁이나 나이나 뇌물을 먹는 사람이 되지 말고 마음을 먹는,
그것도 주님과 성모님의 마음을 닮기로 마음먹는 오늘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