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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인간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의심의 존재입니다.

이것은 완전한 믿음의 존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완전한 불신의 존재도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의심이란 불신과 다릅니다.

불신이란 믿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의심이란 믿지만 의심한다는 뜻입니다.

 

반신반의가 바로 의심의 정확한 뜻입니다.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인간이란 반신반의의 존재라는 말입니다.

반신반의의 존재가 인간이지만 다름이 있다면

불신을 선택하고 불신 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믿기로 하고 믿는 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토마스 사도가 의심의 대명사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믿음을 고백하였으니 의심을 통해

믿음으로 나아간 사람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분명 그는 의심이 불신 쪽으로 쏠렸던 적이 있습니다.

여드레 동안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있었고 왜 다른 제자들과 같이 있지 않았습니까?

 

주님의 제자들 가운데서 제자단을 떠난 제자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만이 아니었을 것이고

토마스 사도도 그들처럼 제자단을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믿었던 주님이 죽음으로 끝장나자

실망을 넘어 절망하였을 것이고,

주님께 대한 희망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나니

더 이상 제자단 가운데 있을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자단을 떠났던 그가 여드레 만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면 이 여드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믿음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요?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요?

 

돌아와서 한 말을 보면 아직 믿음의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의심하지만 의심이 불신으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고

어떻게든지 믿어야겠다고, 적어도

믿음의 불씨를 꺼버리지는 않기로 마음을 바꾼 겁니다.

불신의 그룹에는 속하지 않고 믿음의 그룹에 속하기로 마음을 바꾼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 믿음이 확고하지 않습니다.

믿음이 확고하다면 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믿어도 될 것입니다.

물론 믿지 않기로 마음먹고서 완전히 떨어져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자단에 남아 있던 다른 제자들도 반신반의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믿음의 불씨를 끄지 않으려고 서로 의지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이고,

토마스 사도도 불신 쪽에서 믿음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돌아온 것뿐입니다.

 

아직도 의심이 믿음으로 온전히 바뀐 것은 아니었고 믿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토마스의 의심은 믿고 싶은 의심이자 믿기 위한 과정의 의심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자 의심은

의심을 거치지 않은 믿음보다 더 단단한 믿음으로 바뀝니다.

의심은 야곱이 밤새도록 하느님과 씨름하였듯이 믿음의 씨름이기 때문입니다.

 

씨름이 격렬할수록 믿음은 단련이 되고 단단해지겠지요?

우리도 믿음의 씨름인 의심을 시시하게 하지 말고 대단하게 하면 어떨까요?


토마스 사도의 반만큼이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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