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주의사항을 말씀하십니다.
복음을 선포하다 보면 반드시 박해받게 되는데 그것을 대비하라는 거지요.
그것은 마치 양이 이리 떼 가운데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하시며
그렇기에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뱀처럼 슬기롭다는 것은 어떤 슬기로움일까요? 좋은 의미일까요?
여기서 슬기로움은 박해상황에서의 슬기로움입니다.
그러니 죽음의 위험이 늘 있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개죽음당하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개죽음이란 의미 없는 죽음이요 무가치한 죽음입니다.
예를 들어 물에 빠진 많은 사람을 살리고 죽는 것은 의미 있지만
조심치 않아 죽거나 치킨게임이나 러시안룰렛 게임 하다 죽는 것은 무의미하지요.
생명은 가장 가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내놓는 것은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위해 내놔야지만 가치 있습니다.
그런데 내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사랑뿐이고 그것도 하느님 사랑뿐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선포하며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씀은
이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일 사람인지 아니면 나를 물어뜯을 사람인지 식별하여,
아무에게나 복음을 전하다가 그로 인해 박해가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뜻입니다.
복음의 다른 곳에서 주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마태 7, 6)
복음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되거나
더 나아가 그들에게 짓밟히는 것이 되게 하지 말라는 거지요.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런 개와 돼지와 같은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하신 다음
그러나 그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하지는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조심은 하되 걱정하지는 말라는 말씀인데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그들 앞에 서게 되면 예를 들어,
밀고자를 그리 조심했는데도 박해자들 앞에 서게 되면 걱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밀고자나 박해자는 조심하는 정도지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씀이며
그들 앞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복음을 선포하면서 조심은 하되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은
내가 박해받을까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짓밟힐까 조심하라는 것이며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복음은 하느님의 말씀이지 내 말이 아닙니다.
복음은 하느님 말씀이고 나는 다만 전하는 사람이니
선포의 주체자는 하느님이지 내가 아니라는 말이고
어떻게 전할지는 내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이 늘 우리의 믿음이어야 하고 마음 자세여야 합니다.
곧 어떤 일이 내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라면 그 일 걱정은 하느님께서 하시고,
나의 복음 선포가 내 말이 아니라 진정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도 하느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그러니 관건은 내가 하는 어떤 일이 내 일인지 하느님의 일인지,
내가 하는 말이 내 말인지 하느님의 말씀인지 그것이겠습니다.
그러니 조심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도 남이 아니라 나이겠습니다.
내 일이나 하고 내 말이나 지껄이는 내가 아닌지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