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마르코 그리고 요한복음사가는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 다음에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 가운데 베드로 이야기는
마태오만 전합니다.
우선 물은 성경에서
생명을 주는 좋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좋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파도가 일면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시간은 어둠이 힘을 낼 수 있는
저녁때입니다.
이미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에서
우리는 저녁때가 되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이야기에서
마태오는 저녁때가 되었다는 것을
한 번 더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강조합니다.
물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저녁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인간에게 위협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는 것은
그 위협을 신적 능력으로 누르시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베드로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됩니다.
물 위를 걷는 모습은 똑같지만
그 힘의 출발지는 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으로 그렇게 하시지만
베드로는 자신의 힘이 아니라
예수님의 힘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거센 바람을 본 베드로는
더 걷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바라보던 눈은
바람이 부는 순간 물을 봅니다.
하느님을 보지 못하는 순간
세상의 위협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힘으로
물과 어둠의 위협을 누를 수 있었는데
예수님을 놓치는 순간
그 힘도 잃게 되어
그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극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감당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 순간 그것을 우리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의 자극 속에서도
우리를 흔들고 우리를 위협하려는 것들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