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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오래 전 일입니다.
로마에서 저희 수도회 총장이 오셨습니다.
대전에 있는 수도원을 모시고 다녀오는데
천안을 지날 때는 이미 밤이 되었습니다.
저희 총장님이 내려다보이는 천안을 보시며
빨간 십자가들이 다 교회인지를 물었고 그렇다고 하니
한국에 그렇게 교회가 많고 그리스도교 인이 많음에 놀라셨습니다.
로마에서 볼 때 한국은 그리스도 교 국가가 아니지요.

돌아오는 차에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 정말 교회도 많고 성당도 많구나!
교회와 성당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악할까?
세상은 어두운데 십자가만 밝구나!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오늘 독서에 나오는 “성전의 물”입니다.
오늘 독서는 성전에서 물이 흘러나옴을 얘기합니다.
그런데 그 물이 흘러들면 바닷물이 되살아나고
그래서 생명이 되살아나 생명이 우글거리게 됩니다.
이렇듯 교회와 성당에서 신자들이 나와 세상 안으로 흘러 들어가면
우리 사회도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로 바뀌고,
십자가만 밝은 것이 아니고 세상도 밝아질 텐데.

그러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집니까?
매주일 성당을 나가고
매주일 “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그리스도와 함께 가서 평화를 나누십시오.”하고 파견되는데도
왜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고, 치열하고, 무섭습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전처럼 우리도 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성전처럼 축성되었다면 성전의 물처럼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축성되러 성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축복을 받기 위해 성전에 가기가 십상입니다.

무병장수,
사업성공
경쟁에서 승리,
시험에서 합격 등,
이런 축복만을 원하고
하느님 사랑으로 내가 변하려 하지 않고,
하느님 사람으로 내가 바뀌려 하지 않습니다.

교회 성전에서 내가 축성되어야지만,
교회 성전처럼 내 몸 성전도 성화되어야지만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들인 우리는 세상을 되살리고
생명이 우글거리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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