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우리는 종으로 살아갑니다.
물론 그 주인과 종의 관계는
착취와 명령의 관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느님과 동급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은 창조주이시고
인간은 피조물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굴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피조물로서의 우리 위치를
잊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은
주인의 위치를 욕심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자처럼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내 뜻과 너의 뜻이 함께 조율되고
그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살아가는 방식일 것입니다.
내 뜻만 강요하고
너의 뜻은 무시하는 방식은
내가 너에게 하느님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하느님처럼 살아가려면
힘을 쓰게 되고
하느님께서도 하지 않으시는
착취와 명령을 하게 됩니다.
힘의 논리는 더 강한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내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결국 하느님처럼 살고 싶은 마음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그 한계가 없는 하느님처럼 살고 싶지만
한계를 지닌 인간의 모습 안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피조물의 위치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창조자처럼 되려는 노력보다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