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오늘 주님께서는 주인과 소작인의 긴 비유를 말씀하신 끝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인간, 특히 지도자들이 내쳤지만 하느님께서 소중히 쓰심을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돌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기도 하고 우리 인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쓸모없는 돌이라고 내버리고,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 이웃도 역시 쓸모없다고 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이참에 저는 돌의 세 가지 이미지를 묵상해봅니다.
걸림돌,
디딤돌,
머릿돌 말입니다.
제 생각에 돌이 애초부터 걸림돌이고 디딤돌이고 주춧돌인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돌을 쓰느냐에 따라 쓸모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같은 칼인데 쓸모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그 쓸모가 강도의 손에 들리면 살인무기가 되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의 손에 들리면 수술칼이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을 걸림돌이라고 하는 사람은
돌에서 아무 쓸모를 발견치 못해 버려버리는 사람입니다.
이기주의적인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존재를 쓸모 있다 없다고 하고,
이기주의적인데다 교만하기까지 하면 거지반 다 쓸모없는 돌이 되고 말며,
이기주의적이고 교만한데다 탓까지 남에게 돌리면 걸림돌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교만하지도 않고 지혜로운 이기주의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돌이란 디딤돌입니다.
이들도 이기주의자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리석게 남 탓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걸림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실상 우리가 걸려 넘어지는 것은 다 내가 부주의하거나 약하기 때문이며
내가 그것을 디딤돌 삼지 않기 때문에 걸려 넘어지는 것입니다.
하여 자기의 약함과 부주의 때문에 걸려 넘어짐을 인정하는 현명한 사람은
어떤 경우건 자기에게 유익하도록 돌을 디딤돌 삼는 진짜 이기주의자입니다.
세 번째 부류의 사람은 모든 사람을 머릿돌 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전혀 이기주의적이지 않은 진정 사랑의 사람입니다.
자기 필요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가지 욕심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 그 사람이 머릿돌이 되게 하고,
그 사람이 귀한돌이 되도록 사람을 적재적소에 씁니다.
감히 말하건대 제 생각에 이런 사람은 하느님과 같은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입맛대로 버린 돌을 하느님께서 머릿돌 삼으시고,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버린 것을 하느님께서 보물이라고 여기시듯이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쓰레기라고 버린 사람을 보물처럼 여기는 겁니다.
쓰레기를 보물로 바꾸는 이런 엄청남 하느님의 사랑을 하라고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초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