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세상의 문제를 놓고 종교와 정치는 늘 어떤 긴장 내지 갈등이 있어왔습니다.
제정祭政일치와 분리, 신정神政일치와 분리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고,
과거 유신독재시대 사회문제에 교회가 교회의 목소리를 낼 때
어느 정치인이 주님의 오늘 말씀을 인용하며
교회가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지요.
그런데 교회가 현실문제에 대한 교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 문제에 교회가 끼어드는 것이 아니고, 아니어야 합니다.
정치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목소를 내는 겁니다.
사실, 정치도 종교도 다 세상을 떠나서 있을 수 없고,
정치도 종교도 세상을 위해서 봉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만일 세상의 현재 문제를 떠나 내세의 천국만을 가르친다면
과거 칼 마르크스가 나와서 종교는 아편이라고 하면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했던 그런 일이 또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레오 13세 교황이 Rerum Novarum이라는 사회회칙을 처음 내셨고,
그때 이후 교회가 몇 차례 더 사회회칙을 내었을 뿐 아니라
그때, 그때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표명해왔습니다.
사실 정치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세상을 위해 봉사를 한다면
교회가 그들과 다른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끊임없이 이 세상이 하느님과 무관한 듯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들 욕심대로 세상을 끌어가면서
교회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 개입하지 말라고 선을 긋고,
신자들 중에도 어떤 신자들은 같은 소리를 합니다.
그것은 교회가 세상을 떠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교회는 세속을 떠나야지 세상을 떠나면 아니 됩니다.
제정분리는 종교가 세상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교회가 정치집단과 마찬가지로 권력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교회가 권력집단이 되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에
이 점에 대해서는 정말 오늘 주님 말씀처럼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야 합니다.
세속의 정신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도 해야 하고,
교회가 세속적으로 세상 권력을 행사해서도 아니 됩니다.
그러나 세상 끝 날까지 교회는 세상 안으로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세상 애착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서
비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서
이 세상이 하느님과 무관하게 굴러가는 것이 아님을 증거 하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이 세상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증거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세상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