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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 해 대림 특강 주제를
“마리아와 함께 성탄을 준비하기”로 잡았습니다.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데
어머니 마리아만큼 더 잘 기다리고 준비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주제를 잡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주제를 잡게 된 것은 제 조카 때문입니다.
작년에 결혼한 제 조카가 올해 임신을 하였는데
그 조카와 태중의 아기를 위해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기도하고
저에게도 그 지향으로 미사를 드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서 마리아도 예수님 탄생을 이렇게 준비하였을 거라고,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무튼 마리아처럼 성탄을 준비하기로 주제를 잡고
성모송의 내용을 가지고 묵상을 하였습니다.
성모송은 마리아에게 한 인사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하나는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천사 가브리엘의 인사,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이고,
다른 하나는 엘리사벳의 인사,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도 복되십니다.”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는 우리가 축복만 원하고
마리아처럼 축성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복 많이 받기를 원하고 그래서 서로 복을 축원합니다.
우리의 새 해 인사도 그래서 새 해 복 많이 받으라는 것이지요.
얼마나 축복을 좋아하느냐 하면 신자들 모임에 갔다가
마지막으로 강복하는 것을 잊고서 제가 그냥 나오려 하면
“강복해주시고 주시고 가셔야지요.”하고 저를 꼭 붙잡으십니다.
어떤 때 그 말은 이렇게도 들립니다.
네가 가는 것은 좋은데 축복은 해주고 가야 한다는 말로.

그런데 여인 가운데 가장 복된 마리아가 받은 축복은
다른 복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축복입니다.
그 축복은 돈도 건강도 부귀영화도 아니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이 축복 중의 축복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축복을 받으려면
우리는 주님께서 머무시는 거룩한 처소, 성전이 되어야 합니다.
성전으로 축성되어야 하고 성별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성별되는 것, 이것이 어떤 때 참으로 부담스럽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시듯
우리도 예수님의 성전이 되고 성별되기 위해서
우리의 성전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 마음속을 차지하는 모든 것들을 버리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하나같이 애착이 가는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축복을 받기는 원하면서도
축성되는 것은 꺼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고자 하는 복은 복덩이 주님이 아니라
사실은 치워버려야 할 다른 잡것들이겠지요.
잡것들을 복으로 여기기에
우리는 복덩이 주님 모실 공간 마련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다윗이 주님을 모실 성전을 짓고자 했는데
하느님께서는 건물 성전이 아니라
다윗의 집안이 주님 모실 집안이 될 거라고 하십니다.
건물을 잘 지어 주님께 드리는 것보다
나와 나의 집안이 주님의 성전이 되게 하는 것,
이것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주님 모실 준비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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