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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제가 처음 양성책임을 맡을 때 겨우 서른이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더 먹은 형제들도 가르쳐야 했습니다.

 

당연히 양성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할 때

양성을 하다 보면 할 수 있게 된다고 여러분이 조언하였고

재속프란치스코회에서 양성을 처음 하게 된 분들도 양성하면서

양성자로 자신이 차츰 양성되었다는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도 실제로 하다 보니 할 수 있었고 차츰 양성자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더 큰 힘이 된 조언은 역시 신앙적인 조언으로서

소임을 주신 주님께서 할 수 있는 힘도 주실 거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사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망치기도 하지요.

 

권력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이용하여 자기 사욕을 차리다 잘못되곤 하잖습니까?

 

그러므로 베드로 사도좌는 이런 것과 달라야 합니다.

사도좌는 인간이 쟁취한 자리가 아님은 물론

인간이 마련해준 자리도 아닙니다.

 

주님께서 당신 교회를 세우시고 그 으뜸 자리를 맡기신 겁니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라고 주님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당신 교회의 으뜸 자리를 맡기신 것은

베드로가 하느님으로부터 지혜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드로 사도좌 곧 교황의 자리에 앉는 사람은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할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간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그러므로 베드로처럼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자리에 앉는 사람은

자기 욕심이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다스려야 할 사람으로서

그에게 주님께 대한 순명과 사랑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잘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양 떼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주님께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주님은 베드로에게 당신 양 떼를 맡기시면서

당신 양 떼를 사랑하느냐 묻지 않으시고

당신을 사랑하는지 베드로에게 물으시지 않습니까?

 

얼핏 생각하면 당신 양들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실 것 같고

우리 같으면 주님의 양들을 사랑하느냐고 물을 것 같은데

주님께서는 그렇게 묻지 않으시고 당신을 사랑하냐고 물으십니다.

 

주님을 사랑해야 주님의 양들에 대한 사랑도 있을 것이고,

주님을 사랑해야 주님의 양들에 대한 사랑도 완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께 대한 사랑과 순종의 자세 없이 책임자의 자리를 맡고

인간적인 사랑만으로 양들을 사랑하면 자주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그 사랑은 금세 고갈될 것이고 그 사랑에는

욕심이나 기대라는 불순물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양들을 사랑해야

우리의 사랑이 주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고,

우리의 사랑이 주님의 사랑처럼 순수하고,

무엇보다 원수까지 사랑하는 완전한 사랑이 되어 사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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