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어제 복음의 끝부분과 오늘 복음의 끝부분은 거의 똑같은 내용입니다.
어제의 말씀은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를 나무라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은 주님의 제자들을 나무라시며 하시는 말씀입니다.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제자들이 자리다툼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스승은 죽으러 들어가시는데 제자들은 권력을 잡으러
들어가는 줄 알고 자리다툼이나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자들에게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는 기득권인 데 비해
자기들은 입성하여 그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 사람인 셈입니다.
그렇게 주님께서 수난 예고를 하셨음에도 수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3년이나 주님의 가르침을 받았음에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는,
그야말로 구악을 대신하는 새로운 악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주님께서는 높은 사람,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 종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이것을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얘기하기도 하지요.
진정한 리더는 종처럼 조직원을 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것일까요?
첫째와 높은 사람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요?
쉽게 얘기해서 제일 높은 권좌에 오르는 것을 말함일까요?
사실 제일 높은 권좌에 오르기 위해서도 섬기는 자와 종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려는 자들도 그러하면
그 섬김을 받는 백성이 행복하고 자신도 행복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런 높은 자리와 첫째를 말씀하신 것이 아니고
그런 자리에 오르는 비결로서 서번트리더십과 첫째를 말씀하신 것이 아닐 겁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너희 가운데에서”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제일 높은 권좌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너희 가운데에서” 곧
“우리 가운데에서”라고 생각지 않고 “그들 위에서”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세상의 권력자들은 백성들 가운데 있지 않고 늘 위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무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무리 위에 홀로 높은 자라고 생각할 것이며,
백성을 우리라고 생각지 않고 늘 그들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것을 대영광송과 연결하여 생각해봅시다.
대영광송은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며,
홀로 높으신 예수 그리스도님”이시라는 말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주님만이 홀로 거룩하시고, 높으신 분이시고,
우리는 아무도 홀로 거룩하거나 높지 않으며,
아버지나 스승이라고 불리지 말아야 할 형제들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은 위에 있는 자가 아닙니다.
여럿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이때 높은 사람의 의미도
높은 곳에서 멀리 보고 무리 전체를 보는 사람입니다.
‘너희 가운데 첫째인 사람’도 마찬가지 의미입니다.
무리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다른 형제들보다 앞서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물길로 치면 맨 앞에서 물살을 갈라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진정 높은 사람은 무리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
높이 나는 갈매기처럼 하늘까지 올라간 사람이어야 하고,
바로 눈앞의 이익만 보는 사람이 아니라 시야가 넓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 첫째인 사람도 무리를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서
맨 앞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힘든 일을 감당하는 수난의 사람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