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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대단히 문제적인 사도 성 토마스의 축일입니다.

토마스 사도는 공관복음에서는 사도들의 명단 외에는 나오지 않고

요한복음에서 주로 나오는데 사도들 중의 좀 특별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오늘의 복음 외에 요한복음의 다른 곳에서 그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런 발언들을 통해서 볼 때 토마스 사도는

-다소곳하지 않고

-의구심이 많으며

-엉뚱하기도 하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며

-두루뭉술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그였기에 부활에 대한 자신의 불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그리고 거침없이 토로합니다.

생각해보면 대단합니다.

다른 제자들은 다 주님을 봤다고 하고 부활을 믿는 눈치인데

이럴 때 그도 은근슬쩍 얹혀 넘어가거나 묻어가면 될 텐데

각을 세우며 자기의 불신을 주장하니 말입니다.

 

이런 토마스임을 생각하니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토마스가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는 오늘 복음말씀이 우연은 아닌듯합니다.

우연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건 이탈해 있지 않았을까요?

그때, 거기 함께 있지 않음이 시간과 공간적으로 함께 있지 않은 게 아니라

주님의 죽음으로 인해 공동체와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주님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주님과 이별한 제자들은 각기 흩어지고,

흩어진 제자들은 이별의 슬픔과 고통을 홀로 곱씹었을 겁니다.

그렇지요. 고통과 죽음은 홀로 맞이하고, 홀로 곱씹습니다.

 

왜냐면 그런 경우를 당하면 사람은 저절로 다른 사람들을 피하고,

자기 안으로 숨어들어가 홀로 그 죽음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지요.

이것이 극심한 고통과 죽음과 이별이 가져다주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만나는 기쁨의 체험,

특히 부활하신 하느님과 다시 만나는 기쁨의 체험은 그 반대입니다.

공동체적입니다.

부활의 주님을 체험한 막달라 마리아는 서둘러 제자 공동체로 돌아갑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주님을 만나고 서둘러 공동체로 돌아갑니다.

 

토마스 사도도 제자단과 함께 있지 않았을 때는 주님을 만나지 못했고,

주님의 부활을 믿을 수 없었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을 만났다고 하는 다른 제자들의 말을 듣고도

제자단에서 떠나 한동안 혼자 지내다가

제자들 중 누가 너무도 간곡하게 부활의 공동체로 돌아오라고 하자

못이기는 체 돌아왔는데 그때 주님께서 당신을 나타내 보이셨을 겁니다.

 

자기 안에 부활이 없는 사람은 공동체를 떠나 홀로 있는 사람입니다.

이에 비해 부활은 반드시, 언제나 공동체적이고 둘 이상의 것입니다.

 

너무 지나친 제 억측이고, 해석일까요?

그럼에도 저는 이렇게 유의적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제가 20대로 돌아간다면, 다시 말해서 그때처럼 소설을 쓰고 싶다면

저는 이런 주제로 토마스 사도를 주인공 삼아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오늘 이 애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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