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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건안드레아 2013.07.23 19:01

피는 못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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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 주간 화요일(마테 12,46-50)


자주는 못가지만 가~끔 아우네 집에 갔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아우가 제수나 아이들에게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경우다. 또는 아들인 큰 조카 녀석도 그럴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놀라기도 하지만, 일면 내심으로 빙그레 웃는다. 그러한 모습에서 나를 만나게 되고 또 자주 버럭하며 화를 내시던 아버지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피는 못속이는 것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나는 아버지와, 형과, 동생과 다르다고 해도 혈통, 유전자를 통해서 전해지는 형질은 달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독재자, 친일파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이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듯이 말이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고 말씀하신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모두 당신의 혈육이라는 말씀이다. 자연스럽게 그 혈육이 드러나게 되지 않겠느냐는 뜻의 말씀이기도 한 것이다.
당신이 아버지와 하나이기에 아버지의 뜻을 실천할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아버지로 부터 나온 사람들은 진정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께서는 철저하게 당신을 비우시고 낮추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증거하기 위해 그러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또 그러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렇게 철저히 당신을 낮추는 모습으로 빵의 형상 안에서 당신을 내어주시며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신다.

자신이 하느님의 그러한 사랑을 받고 살아감을 깨닫고 인정하는 그리스도인들 또한 그렇게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1요한 4,8). 

그렇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에게 수혈된 피가 우리 안에 흐른다면, 즉 세상의 생명이 아닌 아버지의 영원한 생명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해서 우리는 그분의 새로운 혈육임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분이 고귀한 피로써 주신 새로운 생명을 거부하는 사람은 그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는" 아버지의 뜻과는 관계없이 세속의 가르침에 따라 살게 될 것이다.

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맺듯이, 우리가 어떤 피를 이어받아, 어떠한 생명 안에서 살아가는지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피는 못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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