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인 하늘나라’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그물이 가득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비유는 가라지비유랑 비슷한 것처럼 보입니다.
밭에서 가라지만 골라내어 불태워 버리신다고 하십니다.
오늘 복음도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버린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착한일 하고 잘 살아야지 세상 종말 때에 하느님나라에 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해서 하늘나라는 좋은 것들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바로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나라는 그물입니다.
그물이긴 그물인데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인 그물이라고 하십니다.
그물은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입니다.
온갖 종류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 나라는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 나쁜 것 구분되기 이전에 이미 우리는 하늘나라에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구분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이미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이 세상이 하느님 나라라면 하느님 나라에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왜 누구에게는 하느님 나라이고, 누구에게는 하느님나라가 아닐까요?
저는 이것에 대한 대답을 성 프란치스코가 쓴 주님의 기도 묵상에서 찾았습니다.
사부님은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그곳에는 당신께 대한 또렷한 바라봄이 있고
당신께 대한 완전한 사랑이 있고 당신과의 복된 사귐이 있으며 당신의 영원한 누림이 있사옵니다. 이 세상에서 즉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을 바라보고 사랑하고 사귄다면
그것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때 좋은 그릇에 담겨질 것입니다.
그물은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모아들입니다.’
그물이 물고기를 모아드립니다. 생각해보면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은 가만히 있습니다. 그
리고 물고기가 오면 그물을 잡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에서는 그물이 물고기를 모아들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가만히 있고 그물이 물고기를 잡아당기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나라는 사람들을 모아들입니다.
이런 표현은 주님의 기도에서도 나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우리는 아버지의 나라에 간다고 생각하지만 하느님나라가 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애쓰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서 하느님나라에 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사람들을 모아들이고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온갖 종류의 우리들을 하늘나라에 모아들이고 계신 하느님의 손길을 생각하면서
지내보는 하루가 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