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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오나르도 2013.08.05 05:02

연중 18주 월요일-마음

조회 수 334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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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온 많은 군중을 가엾이 보시어

병도 고쳐주시고 빵의 기적도 일으키시어 먹게 하십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가엾은 마음에 대해 묵상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마 가엾은 마음이 제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제게 가엾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있기는 있지만 전과 비교하면 지금 그 마음이 너무 부족하고,

주님과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것이 저입니다.

 

우선 가엾은 마음이 드는 사람, 즉 대상이 줄어들었습니다.

전에는 모든 사람을 가엾이 여겼습니다.

건방지다싶을 정도로 모든 사람을 가엾이 보았고,

티브이에서 가엾은 사람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즐겨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엾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내가 다 보냐 하며 아예 보려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대전에서 월례회를 마치고 이곳 장성으로 다시 내려오다가

휴게소에 들렸는데 소아백혈병 환자를 위해 누군가 모금을 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면서 그것을 보았고 차로 돌아가면서 또 보았는데

저는 두 번 다 지나쳐 갔습니다.

이런 아이가 얘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과

지갑을 안 가지고 왔는데 하는 생각으로 돕겠다는 마음을 눌러버린 건데

마음이 계속 찔려 차에 가서 적은 돈이지만 가져와 성금통에 넣었습니다.

 

두 번째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도 조금 아파합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하다가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가여워는 하되 아파하는 마음이 저를 사로잡는 것은 허용치 않습니다.

 

그러나 전에는 가엾은 사람을 보면 그의 아픔이 그대로 저의 것이 되어

그를 위해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같이 아파했으며

정말로 오지랖 넓게 이 사람 저 사람 도우려 했습니다.

 

왜 이렇게 저의 마음이 졸아들었을까요?

 

제가 저의 합리화의 이유로 자주 내세우는 것은

나이 먹어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도울 힘이 떨어져 사랑도 졸아든 거라는 얘기지요.

 

그것도 사실이지만 오늘 생각을 해보니 그것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육화 또는 동화를 제가 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며칠 전에 수녀님들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는데

제가 그 수녀원 총회 특강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그분들과의 얘기를 통해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개인주의화된 요즘 우리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

수도회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집단주의적인 시대에는 나와 너, 나와 공동체의 분화가 이뤄지지 않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동화의 삶을 살았는데,

오늘날 개인주의 시대의 우리는 <너는 너, 나는 나>가 너무도 확실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너무도 확실한 분화가 동화를 힘들게 하고,

동화를 하지 못하기에 육화도 못하는 것이 요즘 우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굶주린 이들의 아픔은 그들 거라고 선 긋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것이고, 우리의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너희”가 바로 우리이고,

그리고 굶주린 이들이 바로 우리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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