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한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덮어두지 않는다고 오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습니까?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다면 주님께서 왜 이 말씀을 하실까요?
등불은 켜서 그 빛을 보게 해야 마땅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있기에 이 말씀을 하신 게지요.
그러면 어떤 사람이 등불을 덮습니까?
자기에게는 빛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는 자기의 빛은 빛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러하겠지요.
빛은커녕 자기는 빛이 없는 어둠일 뿐이고,
그래서 그걸 감춰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러하겠지요.
이런 사람도 그러 할 것입니다.
자기의 빛을 감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자기의 빛을 비추는 것은 자랑이고 허영이고 교만이라고 생각하기에
자랑하고픈 허영과 교만을 꺾기 위해 빛을 굳이 감추려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주님은 오늘 그 빛을 덮지도 감추지도 말라고 하십니다.
아무리 감춰도 그것은 드러나기 마련일 뿐 아니라
감추고 덮어서는 아니 되기 때문입니다.
자랑과 허영과 교만 때문이라면 감춰야 하지만
(아니 그 이전에 그 허영과 교만부터 없애야)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빛을 보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빛을 보도록 등경 위에 놓아야 하고,
등경보다 더 높은 산위에 있는 마을이 되어야 하고,
먼 바다에서도 볼 수 있는 등대가 되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들어오는 이들이란 어떤 사람들입니까?
아마 집밖 어두움 속에 있던 사람들일 것입니다.
등불의 빛조차도 없는 캄캄한 곳에 사는 사람들일 겁니다.
사실 햇빛이 비치는 밝은 곳에서 등불이라는 게 무슨 소용입니까?
등불조차 없어 너무도 암담한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너무도 어둡고 긴 밤이 새벽의 희망을 꺾어버리듯이
지금까지 사랑 없이 살아온 삶에 내일의 희망마저 꺾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작은 사랑, 작은 희망이라도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사랑이 비록 작아도 사랑이 아니라거나,
그거로는 그들에게 빛이 못 된다고 미리 그 사랑을 거두지 말아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는 사랑을 내 사랑으로 사랑한다고 생각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실제로 우리의 작은 사랑에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있고
하느님의 사랑과 함께 우리 이웃의 사랑도 함께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랑을 결코 작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하느님의 사랑을 닫아버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등불에 기름이 필요하듯 우리 사랑에 하느님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도지요.
사랑을 주십사 기도를 하고,
사랑을 받잡는 기도를 하며,
겸손하게 작은 사랑을 실천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