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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독서와 복음은 종말과 심판의 때가 옴을 얘기합니다.

선인이나 악인이나 누구나 죽듯 종말은 누구에게나 오고

심판도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 오늘 주일의 주제입니다.

 

그런데 오늘 저는 이런 묵상을 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오늘 것은 종말인가? 주님인가?

 

이쯤 얘기하면 이미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감이 잡히시겠지요?

 

많은 사람이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생을 끝냅니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보면서도 자기의 끝은 멀리 있는듯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의 종말이 임박해 있음을 보지 못하거나

종말에 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무관심한 것입니다.

 

무관심이란 말이 그렇지 않습니까?

관한 마음이 없는 것이 무관심인데 죽음에 관한 마음은 없는 것이지요.

 

다르게 얘기하면 무관심이란 죽음에 관해 진심이 없거나 진심이 아닌데

인간이 어찌 죽음에 관해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안 볼 수 없는 인간이 아닙니까?

 

강 건너 불 보듯이 하지만 실은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거나

보면서도 못 본 체하거나 정면으로 직면하려고 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러다가 나이 먹어서 또는 병이 들어서,

서서히 또는 갑자기 직면하게 되는 것이고,

죽음이 덜컥 내 앞에 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죽음이 이렇게 덜컥 오는데 신앙인은 어떻게 다릅니까?

 

죽음이 안 옵니까?

죽음이 덜컥 오지 않고 부드럽게 옵니까?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입니까?

 

그런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차이는 아닙니다.

근본적인 차이는 죽음이 오지 않고 주님께서 오시는 겁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죽음과 함께 주님께서 오시거나

오늘 주님 말씀처럼 종말의 주님께서 오시는 겁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오늘 주님께서는 너희도라는 표현을 쓰십니다.

나도 그리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표현이며,

신앙인인 우리도 예외 없이 종말을 맞이하지만

우리는 주님이 문 가까이 온 줄 알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에게는 죽음이 덜컥 문 앞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던 주님께서 오셔서 부드럽게 문 두드리시는 것을 듣고는,

주님은 기쁘게, 죽음은 차분하게 맞이하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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