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을 묵상하다 보니 어제 공현 대축일 본기도가 생각났습니다.
어제 본기도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오늘 별의 인도로 성자를 이민족들에게 드러내 보이셨으니
믿음으로 하느님을 알게 된 저희도 자비로이 이끄시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직접 뵈옵게 하소서.”
주님께서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으니
우리도 하느님을 직접 보게 되기를 비는 내용입니다.
보여줘도 봐야 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주님께서 당신을 공현하셔도
우리가 보지 않으면 주님의 공현은 내게는 헛것입니다.
공현 곧 모두에게 공적으로 당신을 나타내 보이셔도
어떤 사람은 보지만 어떤 사람은 보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아기로 당신을 나타내 보이신 주님께서 이제
어른이 되어 공적으로 등장하시며 첫 말씀을 이렇게 하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주님의 오심과 함께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어도
그 하느님 나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회개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공현의 회개를 묵상해봤습니다.
우리는 회개를 여러 차원에서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사순시기의 회개는 십자가를 거부하는 삶에 대해 회개하고,
부활 시기의 회개는 여전히 죄의 어둠 가운데 사는 삶에 대해 회개해야겠지요.
그렇다면 공현의 회개는 무엇입니까?
첫째는 보여주셔도 보지 않는 죄와 보지 못하는 죄로부터의 회개인데
우리는 왜 보지 않고 왜 보지 못하며,
왜 어제 삼왕처럼 보고픈 갈망과 보려는 열망이 없습니까?
그것은 어쩌면 삼왕처럼 어둔밤을 겪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어둠 속에서 별을 찾지도 보지도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나라를 볼 때 어둡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세상의 어둠을 볼 때 어둠 곧 절망에 빠지지 말고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하늘을 보고 하늘의 별을 봐야 하며,
하늘의 별이 가리키는 주님을 봐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어둠에서 빛을 찾고 빛으로 참 빛이신 하느님을 찾는 회개입니다.
둘째는 주님을 공현하지 않는 죄로부터의 회개입니다.
우리는 삼왕처럼 별을 보고 그 인도를 받는 사람이자
동시에 빛이 필요한 이들에게 별이 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우린 ‘나 같은 사람이 무슨 별이야!’ 하고 지레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린 주님께서 이 세상에 내려오심으로 하늘로 오를 수 있게 되고
그분이 인성을 취하심으로 신성을 지니게 된 고귀한 신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 공현의 또 다른 모습인 주님 세례 축일에 기념하는 것처럼
세례를 받음으로써 우리도 주님의 왕직과 예언직과 사제직에 참여하고,
이 왕직과 예언직과 사제직에 참여함으로써
주님을 공현하고 하느님 나라를 공현하는 자들이 돼야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