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오늘 복음은 내일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프란치스코가 듣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발견케 한 복음입니다.
이에 대해서 그의 전기 작가 토마스 첼라노는 이렇게 기술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거룩한 프란치스코는 즉시 하느님 영 안에서 기뻐 외쳤다.
‘이것이 내가 찾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온 정성을 기울여 하고 싶어 하던 바다.'
그러더니 자기가 들은 바를 심혈을 기울여 이룩하는데 시간이 경과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이렇게 이 복음은 프란치스코의 삶의 양식을 바꿔놓은 복음이기에
그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오늘과 내일에 걸쳐 이 복음을 묵상코자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 점을 특히 묵상코자 합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 길 떠나는 주님의 제자들이
지녀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이고 버려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지녀야 할 것을 먼저 본다면
복음 선포를 위한 여행이니 다른 여행과는 달라야 할 것입니다.
놀러가는 것이라면 그에 필요한 음식이나 도구들을 지녀야겠지만
복음 선포를 위해서는 다른 것은 없어도 복음은 반드시 지녀야겠습니다.
그런데 복음을 지닌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복음서를 지녀야 한다는 그런 단순한 말씀이거나
복음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져야 된다는 그런 허접한 뜻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 존재가 바로 살아있는 복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살아있는 복음으로 우리가 세상에 나가야 한다는 뜻이고,
우리 존재가 복음에 의해 진정 행복하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로 충만하고 넘치고,
우리의 행위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는 말씀일 것입니다.
우리는 또한 믿음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의지와 열망을 우리가 지닌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주님께서 다 마련해주실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떠남은
바로 이 믿음에서 가능한 것이고 이 믿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아무 것도 지니지 않을 수 있고,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떠날 때 우리의 믿음이 강화된다는 뜻입니다.
실로 지닌 것이 아무 것도 없어야 우리는 주님께 온전히 의탁케 되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할 때, 그럴 때 은총은 발생합니다.
은총은 성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힘으로 얻은 것은 성과일 뿐이고,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어야 은총입니다.
나의 성과로 만족하는 삶을 살 것인지,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한 삶을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