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평소에는 말 없는 사람이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지고,
그리고 술에 취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은 바람에
술 깨고 후회하기도 하고 술 취해 한 말이라고 변명이나 발뺌도 합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술에 취해서 한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잘못 얘기하곤 내가 한 얘기가 아니라 술이 한 얘기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실은 속에 있는 얘기 곧 마음에 있는 얘기이고 누르거나 가두고 있던 얘기가
술기운에 봉인이 해제되어 밖으로 나온 것이라고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가 말하는 그대로입니다.
"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낸다.“
오늘 복음도 같은 취지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마음 곳간에 무엇이 있느냐,
무엇을 쌓아놓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제일 많이 쌓는 것은 불만입니다.
요즘은 불만을 넘어 분노를 많이 쌓습니다.
분노는 불만과 미움이 같이 쌓인 것입니다.
불만이 거듭거듭 쌓이고
미움이 거듭거듭 쌓이면
분노가 쌓이고 분노는 에너지화하고 폭발 에너지로 바뀝니다.
그래서 분노 곧 화가 나기도 하고 화풀이하기도 하는데
곳간 이론에 의하면 화를 쌓지 않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화가 나면 화를 억누르기보다는 화를 잘 푸는 것이 낫지만
화풀이를 잘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아예 화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화가 나더라도 그것을 마음 곳간에 쌓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화가 나더라도 화를 내지 않거나 화를 잘 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예 화가 나지 않도록 하거나 화가 나더라도 화를 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마음 곳간에 무엇을 쌓지 않는 것,
특히 좋지 않은 것들을 쌓지 않는 것,
이것이 제가 보기에 비움이고 가난입니다.
욕심의 비움과 가난,
미움의 비움과 가난,
애착의 비움과 가난 등입니다.
이렇게 비움과 가난을 통해 악한 곳간에 쌓인 불만과 미움과 분노를 제거한 뒤에
우리는 그 곳간을 선한 곳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곳간을 선한 것들로 채우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우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채우고,
하느님의 진리로 채우고,
하느님의 정의로 채우고,
하느님의 평화로 채웁니다.
그런 다음에는 입에 자물쇠를 채울 필요가 없고,
무슨 말을 할까 조심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뭘 말해도 자기 말과 악한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
말함에 있어서 자유로워도 될 것이고,
선한 열매를 많이 맺기 위해 오히려 말을 많이 할 것이며,
바오로 사도의 말대로 기회가 좋든 나쁘든 복음 선포도 많이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되고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의 곳간에는 무엇이 쌓여있는지
무엇을 비워내야 할 것인지 먼저 성찰하고 비워내는 오늘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