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 안에 머무르면
당신의 제자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머무름'이라는 동사는
요한 1장에 처음으로 나옵니다.
요한이 자기 제자 두 명을 예수님께 보냈고
그들은 예수님 곁에서 하룻밤을 머무릅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그 두 명 가운데 한 명인 안드레아가
자기 형 시몬에게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합니다.
즉 요한복음에서 '머무름'은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오늘 복음에서 이야기되는 유다인들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어제 복음의 마지막 부분과 달리
오늘 복음의 표현은
신앙이 아닌 신뢰의 뜻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을 가리킵니다.
즉 그들은 예수님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온전한 믿음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신뢰에서 신앙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예수님 곁에, 예수님 말씀 안에 머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머무름은 진리를 깨닫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에서 진리는 관계성을 담고 있는 표현입니다.
예수님 말씀 안에 머무르면서
하느님을 진정 자신의 아버지로 생각하게 되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자녀가 됩니다.
자기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고 해서
하느님의 종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빛을 주려고 하시고
그것으로 기쁘게 살아가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반대할 때
자기 마음을 감추게 되면서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감춘 것이 들킬까 두려워하게 되면서
행동은 부자연스러워지고
점점 다른 사람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우리의 모습은 신뢰와 신앙의 가운데 어디쯤에 있습니다.
예수님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온전히 믿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신앙을 버리지 말고
그 관계 안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발바닥 신자라고 생각되어도
그 관계 안에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어느 순간 믿음이 성장해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