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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얼마 전 모 신문의 기획취재에 미혼모의 아이들과

베이비 박스에 대한 얘기가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준비도 안 되어 있고 그래서 키울 수도 없는 아이를 낳은 미혼모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어느 교회가 설치해놓은 베이비 박스에 갖다 놓으면

그 교회가 그 아이들을 돌본다는 내용입니다.

 

그때도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오늘은 성모 마리아의 경우를 그들과 관련시켜 생각해봤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이들 미혼모나 성모 마리아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같이 키우겠다고 하면 좋겠지만 아이를 같이 키워줄 남편이 없습니다.

남편이 없으면 가족이라도 이해하고 생명의 탄생을 기뻐해주면 좋겠지만

가족과 주변 친지들은 지지나 도움은커녕 비난을 퍼부을 것이 뻔합니다.

남편이나 가족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자기가 키울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능력도 없고 대책도 없으며 그럴 경우 키울 의지도 없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 태어날 생명이 축복받은 생명이 아닐 것이며

이런 생명을 갖게 된 어미가 은총을 가득 받았다고 할 수 없을 텐데

오늘 하느님의 심부름꾼 가브리엘 천사는 거듭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라고 하고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참된 은총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고통을 아니 받는 것이 은총이라는 것은 오늘 복음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는 생명이라야 은총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고통이 없고,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인생은 행복한 인생일 수는 있어도

그런 인생이라야 은총을 받은 인생이라고 정식화 할 수는 없습니다.

 

은총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것이고,

하느님 자신이 바로 은총이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가브리엘 천사의 말대로

<은총이 가득한 이>는 <주님께서 함께 하는 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은총의 사람이

많은 경우 다른 사람보다 고통을 더 많이 겪는다는 겁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그러셨고 구약의 예언자들이 그러했지요.

그래서일까요. 미신을 믿다가 하느님을 받아들인 사람 중에

상당수가 하느님을 믿어서 시련이 더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하느님께서 믿음의 시련을 주시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을 받아들인 사람은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받아들여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때문에 자기 좋을 대로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예언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세상을 거슬러 살아야 합니다.

 

아기 예수가 성전에서 봉헌되실 때 시므온이 성모 마리아께 예언한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많은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분이시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하는 분이시기도 하기에

반대를 받는 표정이 되시고 마리아는 가슴이 꿰찔리는 고통을 당하십니다.

 

요즘 판공성사 철이라 어제도 판공성사를 드렸는데

어느 분이 성당 단체 일을 하면서 너무 고통을 많이 당한 한해였고,

그래서 모든 성당 일을 끊고 도망치고 싶었다는 고백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충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내 일이지 하느님의 일이 아닙니다.

싫은데도 하느님 때문에 할 때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를 선포하는 것,

그것이 요나는 싫었지만 하느님 때문에 요나는 그것을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는 사람은 은총을 받은 사람이기는 하나

주님 사랑의 은총으로 고통까지 사랑하는 사람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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