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는
백성 가운데에서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켰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스테파노에 대한 언급들은 좋은 것 일색입니다.
은총
능력
지혜
성령
그리고 은총, 능력, 지혜, 성령이 그에게 그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충만하였다고 사도행전은 말하고 있습니다.
결코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은총, 능력, 지혜, 성령이라는 말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듯 불러보면서
제게도 이것들이 있고, 더 나아가 충만하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했습니다.
사실 능력이 많은 사람은 많습니다.
저도 능력이 없지 않고, 많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능력은 많아도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수두룩하고,
지혜가 없기에 능력을 헛군데에 쓰거나 잘못 쓰는 사람도 수두룩합니다.
사실 능력도 많고 지혜도 많은 사람은 참으로 드뭅니다.
능력을 자랑삼다가 교만에 빠지고,
그래서 지혜도 잃어버리고 맙니다.
은총을 받지 않으면 이렇게 됩니다.
성령을 받지 않으면 이렇게 됩니다.
성령으로 충만하지 않으면 그 빈 것만큼 육(caro)이 찹니다.
그래서 겸손 대신 교만이 가득하고
지혜 대신 지식과 잔꾀만 가득하며
확신과 확고함 대신 고집과 완고함이 가득하고
사랑과 연민 대신 증오와 강팍함이 가득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스테파노와 스테파노를 둘러싼 사람들이
바로 이런 대조를 이루고 있고 스테파노는 이들과 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육적인 것들로는 영적인 것들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육적인 사람들은 폭력을 통해서만 영적인 사람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테파노에게 폭력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스테파노는 이런 물리적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충만하기 때문이고,
그의 모든 관심이 하늘을 향해 있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모든 두려움은 그 근본이 상실인데
이 세상에서 무엇을 잃어도 괜찮을 정도로,
심지어 자기의 목숨을 잃어도 괜찮을 정도로 그는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를 갈며 그를 물어뜯으려 하는데도
그의 시선은 그들을 향해 있지 않고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오늘의 독서는 이에 대해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러나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그가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은 스테파노를 보고 있는데
성령으로 가득 찬 스테파노는 하늘의 주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관상도 종종 이러 합니다.
시선의 엇갈림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보지만 우리는 하늘을 보고,
세상은 증오로 보는데 우리는 연민과 사랑으로 보는 것이지요.
엇갈리는 시선의 관상을 오늘 우리는 스테파노에게서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