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공현 대축일 제 2 저녁기도 성모의 노래 후렴은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오늘 세 가지 기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는도다.
별이 박사들을 구유에로 인도하였고,
혼인 잔치에서 물이 술로 변하였으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도다.”
이 후렴기도는 공현축일의 의미를 요약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의 공현, 곧 <성탄의 공현>이 하나이고,
어른이 되시어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예수의 공현,
곧 <공생활의 공현>이 다른 하나입니다.
아기 예수의 공현은 먼저 목동들에게 나타나셨고,
다음으로 이방인인 동방 박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나타나셨다는 뜻입니다.
공생활의 공현은 공관복음의 공현과 요한복음의 공현 두 가지인데
곧,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의 공현과
가나촌 혼인잔치 때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 때의 공현입니다.
공관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시고,
요한복음에서는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행하시고 공생활을 시작하시는데
세례나 혼인잔치의 기적이나 둘 다 예수님의 신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공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공현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과시인 것입니까?
그럴 리가 없지요.
주님의 공현은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공현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 전체를 요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회당에서의 가르침, 온갖 질병의 치유, 마귀 추방 등
모든 복음 선포는 바로 하느님 나라의 공현과 성취를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오복음은 공생활의 제 1성, 첫 말씀을 여기서 소개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우리의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계시의 완성자라고 합니다.
그것은 주님의 공현이 사적 계시가 아니라 공적인 드러내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적으로 드러내신다는 것은 어제 보았듯이
당신을 어느 한 개인이나 어느 한 민족에게만 드러내 보이시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민족에게 드러내 보이신다는 뜻일 뿐 아니라
주님께서 당신 개인을 드러내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계시의 내용도 당신 자신이 아니고, 대상도 하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주님께서 드러내 보이시는 것은
당신이 아니고 하느님 나라이며,
당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