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 해 인사는 신정보다는
구정, 곧 우리의 설 명절에 할 때 그 느낌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1월 1일에 드리지 않은 새해 인사를 오늘 드립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인사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인사인데 그래서인지
너무 습관처럼 또는 형식적으로 하기에 그 의미를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의미를 한 번 새겨볼까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것은 복을 빌어주는 것이지요.
올해 다리나 부러져라! 하고 저주를 퍼붓는 게 아니라
올해 하는 일마다 잘돼라! 하고 복을 빌어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드리며
여러분도 복을 빌어주시는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왜냐면 줄 거라고는 저주밖에 없는 사람이 복을 빌어줄 수 없고,
반대로 복을 빌어주는 사람은 복을 지닌 사람이고,
다시 말해서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불행한 사람이 어떻게 남에게 복을 많이 받으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행복한 사람이 어떻게 남에게 저주를 퍼부을 수 있겠습니까?
남에게는 행복하라고 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정작 자기는 복이 지지리도 없는 불행한 사람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올해 복을 빌어주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먼저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기 위해서 먼저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복을 빌어줄 수 없는 거지만
그 전에 복을 받지 않고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생각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슨 복을 받을 것이며, 누구로부터 받을 것인가.
재물 복을 원하면 재물의 신에게 빌면 되겠습니다.
건강 복을 원하면 건강의 신에게 빌면 되겠습니다.
출세 복을 원하면 출세의 신에게 빌면 되겠습니다.
언뜻 떠오르는 것이 이런 복들인데
그런데 이런 복들을 받으면 진정 행복하겠습니까?
이런 복들을 구하면 우리 하느님께서는 주실까요?
참 어렵습니다.
안 주신다고 할 수도, 주신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니
행복의 충분조건인 복을 주십사고 청해야 한다고.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주신다고 말입니다.
행복의 충분조건이 되는 복이라!
그 복은 어떤 복일까요?
어떤 사람은 사랑을 떠올리며 인복이라고 할 것입니다.
암요. 사랑이 중요하고 인복이 다른 복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복人福보다 신복神福을 청해야 합니다.
우린 이제 행복을 위해 이 복, 저 복 찾아 헤매지 않고
곧바로 만복의 원천이시고 종합이신 하느님께로 갑니다.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깨어있음>입니다.
어렸을 때는 이것이 아닐까, 저것이 아닐까 기웃거리다 놓치기도 했지만
이제, 올해는 우리가 꽉 붙잡아야 할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다른 것들로 헷갈리지 말고 하느님께 깨어 있다가 그분을 붙잡도록 합시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주님께서 주시는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