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사이들이 와서 그분을 시험하려고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였다.”
바리사이들이 요구한 하늘의 표징이 무엇일까?
만일 내가 요구한다면 어떤 하늘의 표징을 요구할까?
우선 오늘 복음의 배경을 보면 예수님과 논쟁을 하면서
바리사이들은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한 것입니다.
하늘의 표징으로 가장 흔한 것이 하늘에 나타난 무지개, 십자가지요.
무슨 행사를 할 때 하늘에 십자가 모양이 나타나거나
마른하늘인데 무지개가 뜨거나 하면 하늘의 표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비무장지대 통일동산에 가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할 때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무지개가 떴습니다.
북한에 대한 국민들 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고
그래서 회원들이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들도 이 활동을 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이 흔들리고 있을 때였는데
이때, 그것도 미사 중에 무지개가 뜨니 회원들이 한껏 고무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하늘의 표징에 대한 바른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연이적이나 불치병의 치유와 같은 것들이야말로 하늘의 표징이고,
그래서 이런 것들을 하늘의 표징으로 믿고 요구치 말아야 합니다.
오늘 바리사이들은 예수께서 그리스도라는 것을 인정치 않고 싶었고
하느님이 보내신 예언자라는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에
논쟁을 하면서 당신을 믿을 수 있는 하늘의 표징을 요구하였을 겁니다.
이에 주님께서는 깊이 탄식을 하시면서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시며 피하십니다.
상대하고 싶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잘 생각해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우리야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고 있지만
그것을 정말로 믿기 어려웠던 그들은 표징을 요구할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그렇다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하늘의 표징을 구하지 말아야겠습니까?
구한다면 무엇을 하늘의 표징으로 만나야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사랑이 하늘에서 온 표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사랑이야말로 진정한 하늘의 표징이지요.
그리고 하늘에서 사랑으로 오신 당신의 육화가 하늘의 표징이고,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하늘의 표징이지요.
저의 수도원에서는 매일 끝기도 때 다음날 복음을 미리 읽는데,
주일은 성체강복과 함께 끝기도를 하기에
어제는 성체강복을 하면서 오늘 복음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성체강복을 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이런 묵상을 하게 되었지요.
이 성체성사야말로 육화의 재현이고 십자가상 제사의 재현이니
성체가 곧 가장 완전한 하늘의 표징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우리 모두 다른 것에서 하늘의 표징을 구하지 말고,
매일의 미사와 성체조배에서 하늘의 표징을 만나고,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