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형제와 화해하여라.”
<먼저 해야 할 일>
이것이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탁 떠오른 것입니다.
하느님께 예물을 봉헌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니
순서적으로 먼저일 뿐 아니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형제와의 화해입니다.
형제와의 화해가 하느님께 예물 봉헌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하느님께 예물 봉헌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마치 형제들과는 원수처럼 지내면서
부모에게는 때가 될 때마다 선물을 사가지고 오는 자식에게
부모가 나에게는 오지 않아도 좋고 선물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너희 형제들과 화해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것은 자식들이 같이 오는 것입니다.
자식이 오는 것을 바라지만 따로 오는 것은 부모의 슬픔입니다.
요즘 모 재벌 형제들 간의 법정 싸움이 간간이 얘깃거리이지요.
부모가 자식에게 각기 많은 재산을 물려줬는데
그 재산을 가지고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입니다.
그 부모가 살아있다면 이것을 보고 통탄하겠지요.
내가 잘못 살았고, 내가 잘못 가르쳤다고 통탄할 것이고,
재산은 물려주고 사랑은 물려주지 못했다고 통탄할 것입니다.
사랑을 물려주지 않고 재산을 물려준 부모는 실패한 인생입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불구자로 키워놨으니 얼마나 잘못한 것입니까?
마찬가지로 사랑할 줄 모르는 자식도 실패한 인생입니다.
부모가 사랑하기에 준 재물이 사랑이 아니고 재물일 뿐이고
사랑을 받고도 받기만 할뿐 할 줄 모르면 얼마나 잘못 된 것입니까?
이것이 바로 재물은 주고 사랑은 안 준 부모로 만드는 불효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헤아릴 수 없는 은총을 주셨습니다.
부모형제를 주셨고, 재물을 주셨으며, 재능도 주셨습니다.
이런 은총을 받았는데, 은총이 사랑이 아니라면 되겠습니까?
사랑으로 주시고,
사랑하라고 주신 은총을 가지고 우리가 싸운다면 되겠습니까?
이러면 하느님께서 얼마나 후회하시고, 얼마나 슬퍼하실까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의 하느님이라고 제대로 안다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예물로 가지고 가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그래서 하느님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화해를 원하신다는 것을 안다면
화해하지 않고 대신 다른 것을 예물로 가져가지 않을 겁니다.
오늘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먼저 화해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도 생각해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