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고 싶으냐?”
오늘 복음에서 치유 받은 사람은 38년간이나 아파 누워있던 사람입니다.
그를 주님께서 보시고, 오래 앓고 있는 사람임을 아시고
그리고 건강해지고 싶은지를 물으십니다.
그런데 그를 보셨다는 말씀이 그저 물리적으로 보는 것 이상의,
아셨다는 말씀도 그저 그의 상태를 들어 아는 것 이상의
관심이고 사랑이라는 것이 이 구절을 읽을 때 전해져왔습니다.
관심으로 보시고 사랑으로 그의 오랜 아픔을 이해하신 거지요.
그런데 그 다음 질문이 제게는 좀 생뚱맞습니다.
그렇게 오래 앓아온 사람이 건강해지고 싶은 것은 당연할 텐데
물으나마나한 것을 왜 물으실까 하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러나 생뚱맞기에 저는 왜 물으셨는지 생각게 되었습니다.
38년이나 누워있었고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기에
고칠 생각은 아예 없는 그였기에 물으신 것일까?
다시 말해서 그의 체념을 일깨우시는 질문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 이것은 필시 저에게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저는 건강해지고 싶다고 대답할까 생각게 되었습니다.
젊었을 때 같으면 시큰둥했겠지만 나이 현상을 느끼는 요즘은
당연히 건강해지고 싶다고 겸손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청을 드렸을 겁니다.
그러다 생각이 38년에 이르렀습니다.
38년 동안 앓는 나의 지병은 무엇일까?
육신의 지병은 없는데 그러면 나의 38년 지병은 무엇일까?
심리적인 고질병은 없을까?
정신적인 고질병은 없을까?
고쳐야 할 습관은 없을까?
벗어나야 할 중독은 없을까?
저를 돌아보니 이 중에서 안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
총체적으로 고질병이 있고 살아온 기간 동안 알아온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보다 더 제가 치유되어야 할 병이 있습니다.
그것은 영혼의 병이고, 오래된 죄입니다.
육신의 병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것들은 고치려고 드는데
영혼의 병인 오래된 죄는 고치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병은 그래서 대부분 체념의 병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건강해지고 싶으냐?”는 주님의 물으심은
제 생각에 우리의 체념을 깨우시는 물으심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체념을 주님께서는 깨우시고자 하시는데
우리는 올 사순시기에 이 체념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