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들은 오늘 말씀을 읽다가 두 말씀이 마음에 꽂혔습니다.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
영어에 Random이란 말이 있습니다.
“닥치는 대로의, 되는 대로의, 임의의”의 뜻이 있습니다.
제가 만일 주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고
또 진정 나의 말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전하려고 한다면
Random으로 성경구절을 뽑아 강의나 강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주제를 내가 정하지도 말아야 하고
주제에 맞는 성경구절을 내가 뽑지도 말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도 자주 그런 식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았고,
하느님의 말씀 선포도 그런 식으로 하였습니다.
어떤 형제가 자기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하느님의 뜻을 바로 얘기하지도,
자기의 얘기를 뒷받침하는 성경구절을 찾아 제시하지도 않고,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 성경을 세 번 같이 펴보자고 하였습니다.
또 한 번은 설교를 해야 할 때 미리 할 말을 많이 잘 준비하였지만
막상 입을 떼려니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 못하고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성령의 말을 해야 하는데 자기의 말을 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오늘 당신이 선포하실 말씀을 찾으십니다.
성령으로 말씀하시기를 포기하고 당신의 말씀을 하고자 하신 걸까요?
그런 것이 아닐 겁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이 부분을 주님께서 굳이 읽으셨기 때문입니다.
루카복음은 주님의 공생활 시작부분에서 누차 성령을 언급합니다.
주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을 받으셨고,
유혹을 받으러 광야로 나가실 때 성령의 인도를 받으셨으며,
갈릴래아로 돌아가실 때도 성령이 충만한 상태로 돌아가셨고,
그리고 오늘 성령으로 충만하여 말씀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말씀이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는 말의 뜻은
성령을 도외시하고 당신의 말거리를 찾으셨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을 찾으셨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꼭 맞는 말씀을 다 알고 계시고,
그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시는 분이십니다.
나에게 꼭 필요하고, 꼭 맞는 말씀을 해주시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이 말씀을 직역을 하면 너희의 귀안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귀담아 듣는 사람에게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말씀,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꼭 맞는 말씀이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말씀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이런 말씀은 꼭 귀에 담아야지요.
하느님의 말씀은 진정 귀에 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바람처럼 귓전을 스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아무에게나 마구 지껄이시는 흔한 말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하시는 귀한 말씀이 되는 가난한 사람,
기쁜 소식이 전해지는 가난한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