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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오늘 저는 마라톤을 뛰기 위해 춘천에 와있고

몇 시간 후면 소양호 주변을 뛰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처음 풀코스를 뛸 때가 생각났습니다.

 

풀코스는 하프코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하프코스를 뛸 때는 몇 번 연습 안 하고도 뛸 수 있었지만

풀코스는 6개월 이상을 매주 연습을 해야 했고,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데 당일 뛸 때 너무도 고통스럽고 힘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오랜 연습과 그 힘든 레이스를 마치고

제 발을 주무르면서 보니 제 다리와 발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생각해보니 그동안 저의 무거운 몸을 지탱하고 날라준

다리와 발에게 저는 한 번도 고마워한 적이 없고, 사랑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오늘 복음이 생각났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내가 내 몸을 진정 사랑해주지 않으면 이웃 사랑도 실패하게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이웃 사랑에 실패할 때는 이웃 사랑에 실패하기 전에

먼저 제가 저를 사랑하는 것에 실패를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가 저를 미워하고 있었기에

제 미움의 뿌리에서 이웃 미움의 결과가 나온 것이었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를 미워하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웃도 미워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뿐이 아닙니다.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를 미워하면

이런 나로 만드신 하느님도 미워하게 됩니다.

 

그러니 하느님 사랑의 실패도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뒤집어 얘기하면 내가 나를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도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게 하니 말입니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나를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느냐입니다.

제 생각에는 무조건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 손해입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해줍니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남보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내가 나를 사랑치 않고 하느님보고 나를 사랑해달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훌륭해야지만 사랑하는 그런 사랑은 미숙한 사랑입니다.

성숙한 사랑은 존재이니까 사랑하고, 생명이니까 사랑합니다.

이렇게 성숙한 사랑을 하면 어떤 존재도 나의 사랑에서 제외될 수 없습니다.

 

부족한 존재도 사랑하고, 부족한 존재이기에 더 사랑을 합니다.

내 마음에 들어서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당신 마음에 들어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듯

이웃도 내 마음에 들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나의 사랑을 필요하기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에 이런 성숙한 사랑을 하라고,

특히 가난한 이웃을 더 사랑하라고 오늘 주일의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 나도 사랑하고 이웃 사랑하는 주일이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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