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 1 독서 사무엘 하권의 얘기는 다윗 생애 말년의 얘깁니다.
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잘 지은 궁전에서 평안히 살게 된 다윗이
이제야 눈을 돌려 하느님께서 계실 성전을 짓겠다고 제의합니다.
하느님 집은 초라한데 자기 집은 화려한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고
지금까지 받기만 했는데 조금이라도 보답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에 하느님께서 마음은 고맙지만 제의는 사양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왜 이런 기특한 제의를 사양하셨을까요?
그런 마음 씀과 제의가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사실은 사양한 것이 아니라 거절한 것일까요?
성전을 지어드리겠다는 것이 하느님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성전건물을 지어 바치는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의 표현대로 한다면 가슴성전을 지어 바치고,
무엇보다도 가정성전, 집안성전을 지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회개하고 산 다미아노 십자가의 주님으로부터
“가서, 허물어져가는 나의 집을 고쳐라.”는 소명을 받았을 때
눈에도 보이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허물어진 성당을 고치는 거였지요.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쉽습니까?
성전건물을 세우는 것.
나의 가슴과 마음이 하느님 머무시기에 합당한 성전이 되게 하는 것.
내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 머무시기에 합당한 성전이 되게 하는 것.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쉽겠습니까?
오늘 1 독서의 하느님께서는 첫 번째, 성전건물 세우는 것은 거절하시고,
쉽지 않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성전 세우기를 우리에게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성탄을 코앞에 둔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을 빈 구유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화려하게 지어졌지만 사람들로 만원인 여관이 아니라
허름하지만 비어있는 구유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주님을 잘 모시려면 무엇을 세우지 말고 비워야 합니다.
나의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야 하고,
꼭 이렇게 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주님의 뜻에 내 뜻을 꺾어야 합니다.
이것보다 더 어렵고 그러나 주님께서 더 원하는 것이
가정 성전을 세우고, 공동체 성전을 세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당신이 하시겠다고.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는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
성전을 지어드리겠다는 다윗에게 하느님께서는 지난 얘기를 하십니다.
내가 너를 뽑아 야곱 집안의 영도자로 세우셨다고,
어디를 가든 네 옆에 있으면서 원수들을 다 물리쳐주셨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하십니다.
떠돌이 생활을 하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살게 해주시고,
모든 원수에게서 평온하게 해주실 것이며, 무엇보다도
후손을 일으켜 세우고 집안을 튼튼하게 해주시겠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이 후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 다윗의 후손인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어
하느님의 집안인 우리의 가정성전과 공동체성전을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마음을 모아 우리 가정과 공동체 안에
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중심으로 모셔 들이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