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아무리 주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이 말씀에 대단히 기분이 상해서
주님과 좋은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다가 반감 때문에
외려 완전히 주님을 떠나가 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당신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하시는데, 우리 인간이, 아니 내가
그렇게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너무도 상하게 하는 말,
인간의 능력과 업적과 위대함을 깡그리 무시하는 말처럼 들리지요.
그런데 이 말씀이 우리를 터무니없이 무시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이런 뜻이 되겠습니다.
우리 인간이 지금 뭐라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불신자일지라도
그것은 다 주님이 그 불신자와도 함께 계시는 표시라고 말입니다.
불신자는 틀림없이 하느님 없이 자기 혼자 그것을 하고 있다고,
하느님을 힘입지 않고 자기 힘으로 그 일을 이룬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하느님께서 계시고, 하느님께서 힘주시기에 해내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이와 같습니다.
햇빛이나 공기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그렇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에게 햇빛이나 공기는 당연히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찌 공기와 햇빛뿐이겠습니까?
물이 없으면 우리가 어찌 살 수 있고,
땅이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곡식을 생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것을 할 수 있기 위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는데
하느님이 바로 그 모든 것이신 분이십니다.
달리 말해서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무신론적 진화론자는 하느님 없이 모든 것이 있고 진화한다고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안 계시면 나도 없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지 않으시면 아무 것도 없으며,
하느님께서 힘주지 않으시면 아무 힘도 없고,
하느님께서 하게 해주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며
그래서 아무리 무엇을 해도 아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실감이 나게 하기 위해 막말을 한다면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다 헛짓거리, 헛지랄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님 없이 우리가 무엇을 하고 그래서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로 베어버리지 않으십니다.
유예의 기간, 집행 유예라는 시간을 주십니다.
복음의 다른 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비유를 드셨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3년이나 열매 맺지 않는 포도나무를 베려고 하자
포도원 지기가 나서서 1년만 유예 기간을 주면 거름도 주고 잘 가꿔
열매 맺게 하겠다고, 그러고도 열매 맺지 않으면 그때 베어버리자고
간청하는데 이때의 주인은 성부고 포도원 지기는 성자시지요.
하느님께서 이런 유예의 기간을 주시는 것을 우리가 악용해서는 안 되지요.
이 유예의 기간은 깨달음의 시간이고, 결실의 시간입니다.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요
주님께서 주시는 거름, 사랑이라는 영양분을 받아 얼른 열매 맺는 시간이죠.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없고,
하느님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 오늘이 되어야겠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사는 자식의 삶이 못내 안타까워 속으로
애간장을 태우던 어머니가 참다 참다, "내가 없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
라는 어머니의 그 한마디가 가슴에 훅 다가와 어느 날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되었고 지금 어머니는 안계시지만 어머니와의 정겨웠던 삶의 추억들이
제 가슴에 남아 오늘을 살게 한다 싶습니다.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 옛날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데......제가 넘 인간적인가요.....?
분명한 것은 나 없이 나를 있게 하신 분이 하느님이시라는 것,
때때로 내가 나이면서도 나를 믿지 못할 때 더 더욱 그렇다는 것....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시가 떠오르네요.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의 비스듬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