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내침과 들임.
오늘 복음은 예수님을 만나러 어머니와 마리아와 형제들이 왔고,
그 사실을 누가 예수께 알렸지만 예수께서는 그에 대해서는
이타저타 말 한마디 없으시고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이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머니 마리아를 내치신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어머니로 받아들이신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두 가지로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을 내치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마르코복음에 입각해서 볼 때 가능합니다.
마르코복음에서는 이 장면 바로 앞에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가족들이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지요.
그러니까 마르코복음에서는 당신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붙잡아가려고 온
마리아와 형제들을 예수님께서 내치신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마리아와 형제들은 예수님을 진짜 미쳤다고 오해하였거나
예수님께서 하시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방해를 하였을 것이고,
그래서 예수께서는 인간적인 혈육관계는 끊고
영적인 관계를 새롭게 맺으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의 다른 곳에서 당신이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칼을 주러 왔고, 가족을 갈라지게 하려고 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지요.
이렇게 말씀하신 예수님이시니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데
당신 어머니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셨다면 내치셨을 수 있을 겁니다.
프란치스코도 아버지가 계속 반대를 하니 이제부터 육신의 아버지는
더 이상 자기 아버지가 아니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자기 아버지라고
옷을 홀라당 벗어 돌려주며 선언을 한 적이 있지요.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누가 방해를 한다면
그가 친밀한 사람일지라도 단칼에 끊을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오늘 루카복음에서는 이와 달리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선 루카복음에는 다른 복음들에서 나오는 이 말,
“누가 내 어머니이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는 말이 빠져있습니다.
루카복음은 어머니 마리아를 예수님 구원사업의 방해자가 아니라
참되고 완전한 협력자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여 다른 복음에 없는, 구세주의 탄생 얘기가 루카복음에 있지요.
여기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여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잉태하는 어머니이십니다.
그리고 주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말씀을 곰곰이 새기시는 분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니 예수님은 당신 어머니를 내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가장 잘 받아들이신 분이요, 당신 구원의 협력자로 여기시고,
다른 이들도 하느님 말씀을 어머니 마리아처럼 잘 받아들이고 실천한다면
당신의 어머니와 형제들로 받아들이신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거나 예수님께서는 진정 모든 것이 아버지 중심이십니다.
당신도 아버지의 뜻을 실천해야 하고,
그래서 겟세마니에서 피땀을 흘리면서까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시고
십자가 위에서 마침내 돌아가셨으며,
어머니 마리아도 아버지의 뜻을 실천해야 하고,
그래서 처녀로 아이 엄마가 되라는 천사의 말을 받아들이셨으니
우리도 아버지의 뜻을 최고의 중심 삼으라고 오늘 촉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