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가르치지 말라는
유대 지도자들에게 하느님이 아닌 인간에게 순종할 수 없다며
덧붙여 자기들은 예수께서 하신 일의 증인이라고 답합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여기서 저는 증인, 증거, 증언에 대해서 묵상을 하고,
더 나아가 ‘나도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을까?’ 성찰해봅니다.
증언이나 증거는 다른 사람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한 것인데
다른 사람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증언이나 증거가 믿을 만해야 하며,
증언이나 증거가 신빙성이 있기 위해서는
그 증인이 믿음이 가는 사람, 곧 신빙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하지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믿음이 가는 사람, 신빙성이 있는 사람일까요?
거짓이 없는 사람, 진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증언의 경우는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거짓 없이 그대로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진실한 증인의 첫 번째 요건은 직접 보고 들은 사람입니다.
직접 보고 듣지 않고 들어서 전하는 것은 전해준 사람이
제대로 전해줬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에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면에서 사도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전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이 5장인데 앞선 4장에서 사도들은
최고 의회 앞에서 이렇게 당당히 얘기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우리로서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믿는 신앙의 바탕은 사도들의 믿음과 증언입니다.
이름 하여 사도신경인데 사도들이 직접 보고 듣고 증언한 바가 진실하기에
그 당시 사람들은 물론 오늘 우리에게도 그 신앙이 이어진 것이지요.
두 번째는 자기 생각을 집어넣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사람입니다.
사도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전하지 않을 수 없어 전한다고 합니다.
물론 보고 들은 것을 다 전한 것도 아니고 가감삭제도 있었을 테지만
없는 사실을 지어서 전하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께 대해서는 사도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증언했지만
하느님에 대해서는 사도들이 어떻게 증언을 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예수께서 오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그분께서는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 들으신 그리스도께서 증언하시고,
그리고 역시 직접 보고 들으신 성령께서 증언해주십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오늘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주신 성령도 증인이십니다.”
그러니까 사도들은 예수께로부터 하느님에 대해 직접 들어 전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 안에 있는 성령의 감도로 전해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에 대한 진실한 증인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우리도 사도들처럼 하느님께 순종을 하여 성령을 받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령을 받아야지만 그 성령으로 인해
하느님께 대한 진실한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사도들도 하느님께 대해 아무리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들었어도
오순절 날 성령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언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간적으로 진실해야 함은 물론
성령의 사람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