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주님의 왼쪽과 오른쪽 자리를 달라고 청했을 때
주님께서는 너희는 지금 무엇을 청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하시는데
대뜸 제게 떠오른 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지금 뭘 청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간이’
그리고 이어진 생각이 ‘이런 얼간이는 제베대오의 아들들뿐이 아니고,
나도 뭘 청하는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이들처럼 얼간이인 것은 우선 상황파악을 잘 못하는 겁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는 겁니다.
얼간이가 제베대오의 두 아들뿐 아니라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은
당시 상황파악을 잘못한 것은 이들뿐 아니라 모든 제자가 마찬가지였으니
저라고 뭐 특출하게 상황파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이것은 죽으러 가는데 보약을 달라는 것과 같고,
이제 곧 다 뺏길 것인데 황금을 달라는 것과 같지요.
보약이 좋은 것이긴 하지만 곧 죽을 텐데 먹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황금이 좋긴 하지만 곧 빼앗길 거라면 갖게 된들 뭔 소용이겠습니까?
다음으로 우리가 모르는 것은 어떤 것이 진정 유익한 건지 모르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진정 무엇이 내게 유익한지를 모르고
지금 유익하다고 청하는데 실은 무익하다는 것을 모르고
심지어 해롭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모릅니다.
보약과 황금이 유익한 것은 이 세상사는 동안만이고,
하늘나라에서는 전혀 무익하거나 더 나아가 해롭지요.
우리가 지금 가는 것이 하느님께로 가는 것이 사실이라면
권력을 청하는 것이 무슨 소용일 것이며 권력이 아니라도
우리가 지금 청하는 많은 것들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같이 소박한 사람은 대단한 권력이나 떼돈을 청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소박하게 건강, 편안함, 안정 같은 것을 청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하느님께로 나아가는데 유익한 것 아니기는 마찬가지고
심지어는 해롭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것들을 청하는 어쩔 수 없는 얼간이들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마신 술잔을 우리가 같이 들어야 하고
예수님께서 받으신 세례를 우리도 받아야 하는데
나는 지금 어떤 술잔을 들고 어떤 건배를 하는지.
오늘은 그것을 묵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