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라.”
당신이 보내시는 대로 가라는 오늘 말씀이 점점, 요즘 와 더
진지하게 다가오고, 그만큼 두려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나이를 더 먹기 때문인 것도 같고
저희 수도회 선교 책임자로서 선교사를 파견 할뿐 아니라
저도 선교를 직접 나가야 되지 않나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 형제들이 요즘 테러가 많이 일어나는 터키에 나가 있고,
9월이면 중동 다른 지역에도 파견되는데
이 형제들을 보내놓고 저는 매일같이 걱정을 하며, 그런 만큼
주님께서 가라시는 대로 가는 것의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게 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갈 때는 좋아서 가거나 싫어서 갑니다.
싫어서 가는 것은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가는 거고,
좋아서 가는 것은 가고픈 곳이 있어서 가는 거지요.
그래서 가고픈 곳이 워낙 좋지 않으면 떠나기가 힘들고
지금 있는 곳이 꽤 괜찮으면 우리는 떠나가기가 힘든데
오늘 주님께서는 가는 게 싫건 좋건 떠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가는 곳이 정말 위험한 곳이고 그래서 가기 싫은 곳입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양이 이리떼 가운데로 가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잡아먹히라는 것,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저희 형제들을 중동으로 가라고 하지 못하겠고,
오직 주님만이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가라고 하실 수 있으시며,
그래서 이런 곳에 가는 형제들은 자발적으로 가는 것이지만
주님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파견도 받아서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가기는 가되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가거라.”
아무 것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것은 주님을 모시고 가라는 것이며,
굳이 지닌다면 우리가 전해야 할 주님의 복음을 지니라는 말씀인데
저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돈을 가지고 가면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돈만 전하고 복음을 전하는데 실패를 하고 맙니다.
복음을 전하는 제가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돈에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돈을 바라며 복음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옛날 밀가루 신자가 밀가루 때문에 많이 성당에 나왔다가
밀가루가 끊기니 떨어져나간 것이 그 좋은 예이지요.
그저께 지방에서 회의를 마치고 올라오다가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성심원 나환자 마을이 어떻게 시작되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지요.
이태리 출신의 저희 콘스탄조 형제가 진주 본당 신부일 때
나병환자들이 먼저 콘스탄조 형제를 찾아와 교리를 가르쳐달라고 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성심원이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줄 것이 하느님밖에 없는 사람이 진정 복음 선포자입니다.
다음으로 주님께서는 길 가다가 인사도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그러나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평화를 빌어주라고 하십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하고 말하여라.”
그러니까 평화를 빌어주는 그 일이 막중하기에
길가다가 만난 사람과 쓸데없는 일로 노닥거리지 말라는 말씀이고,
복음선포자는 개인적인 친분이나 인정을 나누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하느님의 평화를 선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리떼 가운데로 가는 양이 어찌 한가로울 수 있겠습니까?
으르렁거리는 가운데로 평화를 전하러 가는 것을 잊지 말라 하심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조금이라도 하느님의 평화를 선포할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