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성인은 사람이 한 짓을 하느님을 위한 것으로 바꾸는 사람들.
오늘 복음은 김 대건 사제 축일 때마다 읽고,
또 다른 때에도 읽었기에 수없이 많이 읽은 복음이지만
오늘은 읽는 동안 다른 때 크게 생각지 못했던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나 때문에>라는 부분이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 하면
사람들이 한 짓도 하느님께서 하신 일로 바꾸고,
사람들에게 당한 것도 하느님을 위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지요. 성인들은 이렇게 하신 분들이고
특히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김 대건 사제는 능히 이리 하신 분입니다.
김 대건 사제 일가에 일어났던 일은
오늘 복음에서 주님이 미리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입니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김 대건 사제의 아버지 김 제준이 순교하게 된 것은
바로 사위, 그러니까 김 대건 사제의 자형의 밀고 때문입니다.
분명 아버지 김 제준의 순교는 자형의 밀고에 의한,
곧 사람에 의한 죽음이지만 김 대건 사제의 편지에는
자형에 대한 원망이 없을뿐더러 이 일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습니다.
자신의 가족사가 부끄럽거나 서글퍼서 그랬을까요?
그런 것이었다면 성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복음적으로 이해하셔서 그러셨을 겁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뜻 안에서 초월적으로 모든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 일이 자식이 부모를 팔아먹은 참으로 서글프고 애석한 일일 수도 있고
장인을 팔아먹은 게 아니라 자신의 유교적 신념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어쨌건 성인은 아버지가 하느님을 위해 순교한 거라고 보신 거고,
그래서 성인에게는 결코 불행한 사건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사건이라면
자형의 밀고를 잘한 것이라고 칭찬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그런 짓을 했냐고 분노하거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는 있지요.
<하느님 때문(Propter Dei)>이라면
원인도 하느님 때문이고,
목적도 하느님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실상 하느님 때문이 아니라면
자형이 아버지를 밀고하는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버지 김 제준도 순교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것을 달리 얘기하면 <하느님 사랑 때문(Propter Amorem Dei)입니다.
하느님 사랑 때문에 순교를 선택한 것이고,
하느님 사랑 때문에 그 모진 고문과 순교를 견딜 수 있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견딤과 구원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죄인이나 소인은 죄나 잘못된 것을 다 <너 때문>이라고 하지만
성인이나 대인은 모든 것이 다 <하느님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인이나 대인에게는
환난과 순교의 이유도 하느님 사랑이고,
환난과 순교의 목적도 하느님 사랑임을
오늘 김 대건 성인과 모든 성인의 순교를 통해 다시 한 번 묵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