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모 마리아께서 하늘에 오르심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축일에는 주제를 이렇게 잡았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만 하늘에 오르지 않으신다.
무슨 뜻인가?
그것은 우리를 데리고 하늘에 오르신다는 뜻이요,
우리와 함께 오르시기 위해 당신도 하늘에 오르신다는 뜻이며,
우리와 함께 오르시는 게 아니라면 하늘에 안 오르신다는 뜻이지요.
성모 마리아가 우리의 어머니가 아니시라면,
다시 말해서 당신이 친히 낳으신 예수님만의 어머니시라면
당신의 아들 덕분에 당신만 하늘에 오르시겠지만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시고, 우리의 어머니시라면
우리를 내버려두고 하늘에 오르실 수는 결코 없으셨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교리는 이러합니다.
마리아께서 예수를 잉태하실 때 그리스도를 잉태하셨고,
그리스도를 잉태하셨을 때 예수만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까지 다 잉태하신 겁니다.
그러므로 마리아가 우리의 어머니이신 것은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마리아가 그의 어머니시고,
마리아에게도 요한이 당신 아들이라고 하신 그때부터가 아니라
마리아가 그리스도를 잉태한 바로 그때부터입니다.
그래서 오늘 축일의 감사송에서 오늘 하늘에 오르신 마리아를
“완성될 주님 교회의 시작이며 모상”이라고 하신 것을
저는 이런 뜻에서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감사송은 마리아의 삶이 이 세상에서 끝나는 날,
완성될 주님의 교회를 얘기하면서 마리아가 그 교회의 시작임과
그리고 그 교회의 모상임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완성될 주님의 교회란 어떤 교회입니까?
제 생각에 그것은 <다 모인 것>입니다.
다 모인 것 그 자체가 완성된 주님의 교회입니다.
그렇다면 누구누구가 다 모인 겁니까?
이것도 제 생각인데 하느님으로부터 나온 것은 다 모인 겁니다.
꼭 적절한 상상도 아니고 비유도 아지만 저는 이런 비유적인 상상을 합니다.
아버지의 팔순 잔치에 아들딸은 물론이고 손자에 증손자까지 다 모였습니다.
아버지는 엄하셨지만 자녀들을 올바르게 살도록 가르치셨고,
어머니는 늘 너른 품으로 자녀들을 고루 품어주셔서
객지에서 힘들게 살던 모든 자녀가 아버지 어머니를 뵈러 온 것입니다.
이에 부모님도 흐뭇하고 자손들도 다 기쁘고 즐겁습니다.
이것을 저는 그대로 천상으로 옮겨봤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아버지 하느님에게서 나온 모든 자녀들이 힘들게 이 세상을 살다가
이제 모두 아버지 하느님께로 가야 하는데
그리스도께서 먼저 가시고, 어머니 마리아도 뒤 따라 가십니다.
자녀인 우리 중에 하나도 빠짐없이 그리스도와 어머니 마리아를 뒤따릅니다.
어머니 가신 곳이 우리가 가야 할 곳임을 의심치 않고 뒤따릅니다.
이것을 오늘 감사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 세상 나그넷길에 있는
주님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안을 보증해 주셨나이다.”
이 세상 나그넷길의 종착역이 하늘임을 오늘 성모 승천 축일은
우리에게 명확하게 알려주고, 거기에 희망을 걸게 하며,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줌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