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잘 아시다시피 오늘 복음은 주님의 일상을 우리에게 전하며
우리도 이런 일상을 충실히 살라는 가르침을 주는 복음입니다.
주님의 일상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한 복음 선포와
하느님 나라의 사랑을 드러내는 치유와 구마 활동과
이 복음 선포와 구원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기도의 세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잘 아시고, 특히 프란치스칸이라면 더 잘 아시듯이
주님께서는 한 곳에 정주하면서 이렇게 하신 것이 아니고
매일 같이 돌아다니시며 이렇게 하신 것입니다.
얼마 전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같이 하신 분이신데
행진 마무리 피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혼잣말처럼
‘이제는 그만 돌아다니고 집에 가서 푹 쉬어야겠다.’고 한 모양입니다.
재가 얘기한 뜻은 포르치운쿨라 행진과 곧 이어서 대만에서 온
무용단 공연 뒷바라지 때문에 한 달을 떠돌이 생활을 하였으니
이제 집에 돌아가서 좀 푹 쉬어야겠다는 뜻으로 한 것이었는데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말로 알아들으신 겁니다.
그 전화를 받고서 제가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일과 쉼, 일터 쉼터가 따로 없으셨는데
나는 순례나 행진, 그리고 강의 등이 큰일이고
큰일, 많은 일을 하고 나면 쉼의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구나!
2-30대 때는 내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신 주님,
말 그대로 동쪽에서 밥 잡수시고 서쪽에서 잠 주무신 주님과
이런 주님을 그대로 따라 한 프란치스코의 삶을 저도 따르고자
순회공동체 운동을 하고, 무전순례 프로그램이나 행진도 만들어
떠돌이 순례의 생활이 일상이 되게 하려고 했는데
지금의 저는 그것이 일상이 아니고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차츰차츰 저는 저의 쉬는 시간과 쉴 곳이 있어야만 편안과 안정을 누리고
그렇지 않으면 불편한 것은 물론 불안정하고 불안하게 된 것이며
그렇게 해서 안정이 안주로 바뀐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삶을 이제 와 주님의 삶처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이런 저에 비해서 복음 선포에 대한 주님의 열정은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하며
아울러 완전하지는 못해도 어떤 식으로든 복음적인 불안정을 살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오늘 복음 묵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묵상하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