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데는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 보려고 하였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전해 듣고 헤로데가 당황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듣고 당황해하지 않잖아요?
혹 우리 중에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전해 듣고 당황해하는 분 있습니까?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헤로데가 당황하는 이유는
자기가 죽인 요한이 되살아났다는 소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되살아난 요한이 예수님이라는 소문 때문인데
자기가 분명 죽였는데 어찌 되살아났는지 사실이라면 당황하게 되겠지요.
인간적으로는 내가 끝장냈다고 생각하는데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 누구나 당황하게 되고,
권력자들은 자기의 힘을 믿기에 이런 일에 더더욱 당황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적으로 보면 인간적으로 끝장을 낸 것이 되살아났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힘에 의해 되살아난 것이며 그래서
신앙의 눈은 거기서 하느님을 만날 것입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보고 하느님을 보지 못하고
다만 자기가 한 일이 헛것이 된 것만 보고 당황해 합니다.
이런 것은 인간의 역사 안에서 수없이 있어왔고 지금도 있는 일입니다.
지금 순교자 성월을 지내고 있고 그제 그 축일을 지내면서 묵상했듯이
권력자들은 지도자들을 죽이면 천주학쟁이들은 끝장날 거라고 생각하고,
만 명, 이만 명 죽이면 그 씨를 말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을 겁니다.
그런데 천주교는 끝장이 나지 않고 계속 되살아났지요.
그러므로 끝장이 났어야 할 것이 끝장이 나지 않을 때
권력자들은 인간적인 눈으로만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겠지만
신앙이 조금만 있었어도 거기서 즉시 하느님을 보고 박해를 멈췄을 겁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를 9호까지 발동하며
유신독재를 통해 민주주의의 씨를 말리려고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군부 독재를 통해 민주주의를 끝장내려했지만
그리 되지 않았을 때 신앙이 있었다면 거기서 하느님 뜻을 봤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그것을 보지 못했고 오히려 자기들이 끝장났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요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력으로 내리눌러도 끝장나지 않고 무엇이 계속 살아있다면
그것은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의 뜻이 있다는 건데
권력자들은 그것을 오늘날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신앙인이어도 말입니다.
권력자들에게는 권력이 자기의 신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들만 비판하거나 가엾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도 내가 한 것이 나의 뜻과 다르게 끝이 날 때
하느님께서 하신 일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들과 바를 바 없고,
당황만 하고 믿지 못한다면 헤로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여러 번 아주 좋은 일이고, 제가 계획한 대로 하면 잘 되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 말을 꺼내자마자 형제들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순간 너무도 당황스럽고 한동안 반대한 형제들이 서운했는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하느님께서 형제들을 통해서 그리 하신 것을 깨달았지요.
사실 인생을 오래 살아 인간적인 지혜만 있어도 오늘 코헬렛이 얘기하듯
태양 아래 새로운 것 없고 인간사 모든 것이 다 허무인 것을 알 것이고,
그래서 내가 한 일이 허무로 끝나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적인 지혜가 아니라 신앙의 눈까지 갖고 있다면
허무에서 하느님을 발견해야 함을 우리는 헤로데에게서 배워야 할 것입니다.